임준석 덕진소방서 팔복119안전센터 소방장
많은 이들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을 세운다. 금연이나 다이어트처럼 결심이 필요한 목표도 있지만, 노년층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새해 다짐은 어쩌면 ‘아프지 않고, 사고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것’일 것이다.
겨울철은 신체 활동이 줄어들고 추운 날씨로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이다. 여기에 영하권 기온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 빙판길이 만들어지고, 두꺼운 겨울옷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낙상 사고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특히 노인의 경우 작은 넘어짐 하나가 골반부 골절 등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겨울철, 특히 12월에는 요추와 골반 골절 환자가 전월에 비해 약 1,500명 이상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약 30% 이상이 매년 한 차례 이상 낙상을 경험하며, 70세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도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인의 상당수가 낙상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낙상이 노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보여준다.
노인 낙상의 원인은 단순히 ‘부주의’로만 볼 수 없다. 노화에 따른 근력 저하와 신체 기능 감소, 균형 및 보행 조절 능력의 약화, 시력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골관절염, 파킨슨병, 저혈압과 같은 질환이나 골다공증, 치매 등이 동반될 경우 낙상 위험은 더욱 커진다. 특히 노인은 민첩성이 떨어져 넘어질 때 손으로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두개골이나 고관절과 같은 주요 부위가 먼저 바닥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낙상 이후 통증이 지속되거나 움직임이 불편하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낙상 당시 의식을 잃었거나 골절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현장에서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처치와 이송이 예후를 좌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흔히 겨울철 낙상 사고를 떠올리면 야외 빙판길을 먼저 생각하지만, 119구급대원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며 접하는 사례를 보면 자택과 같은 실내, 특히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낙상도 매우 많다. 미끄러운 바닥과 급격한 체위 변화가 잦은 화장실은 노인에게 가장 위험한 공간 중 하나다.
노인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운동이다.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을 중심으로 균형 훈련과 가벼운 보행, 스트레칭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눈이 오거나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경우에는 굽이 낮고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위로 인해 손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 습관은 넘어질 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장갑을 착용해 두 손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70대 이상 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이라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