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우 작가의 57번째 개인전 ‘부재 시리즈–사랑(하트), 책, 드레스’가 1월 6일부터 3월 4일까지 삼례문화예술촌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이번 전시는 ‘부재(不在)’라는 개념을 통해 사라진 것들, 혹은 말해지지 못한 감정과 진실을 조용히 호출한다. 곽정우에게 부재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질문이다. 진실이 희미해진 시대, 단절된 감정과 관계 속에서 그의 작품은 고발이 아닌 애도로, 외침이 아닌 신호로 관객 앞에 놓인다.
전시는 세 개의 오브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책’은 내용이 비어 있는 형태로 제시되며, 정보는 넘치지만 본질은 사라진 시대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읽을 것이 많은 시대에 정작 읽히지 않는 진실을, 작가는 공백으로 말한다.
‘하트’는 감정과 생명의 상징이다. 떠 있는 심장처럼 보이는 이 형상은 죽음이 아니라 미완의 소통을 암시한다. 여전히 뛰고 있으나 닿지 못하는 사랑, 살아 있으나 전해지지 않는 감정이 작품 안에서 긴 여운을 남긴다.
‘드레스’는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가장 인간적인 흔적이다. 비어 있는 옷은 부재를 말하지만 동시에 존재를 증명한다. 누군가가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침묵 속에서 증언한다.
곽정우의 ‘부재 시리즈’는 섬뜩함 대신 따뜻한 온도를 지닌다. 노골적인 서사나 폭력적 장치 없이도 작품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는가”, “당신은 여전히 느끼고 사랑하고 있는가.” 작가의 작업은 감정이 단절된 시대를 향한 조용한 조난 신호다.
전시가 열리는 삼례문화예술촌은 일제강점기 곡물창고로 사용됐던 공간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한 장소로, 역사적 기억과 현대 예술이 공존한다. 이러한 공간성은 ‘부재’라는 주제와 맞물려 작품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곽정우는 “부재는 시대의 레퀴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들려주는 것은 죽음의 노래가 아니라, 사라진 것들을 기억하려는 애도의 몸짓이다. 전시장에 남는 것은 공백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의 체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