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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북 도의원 선거구 획정 ‘시계제로’

송효철 기자 입력 2026.01.08 16:29 수정 2026.01.08 04:29

제도 공백 속 지각 확정 관행 되풀이...‘깜깜이 선거’ 재연 가능성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북특별자치도의 도의원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라는 변수가 더해지면서 선거구 획정 논의가 사실상 멈춰 서 ‘시계제로’ 상황에 놓였다.

법정 확정 시한을 이미 넘긴 가운데, 인구 미달 지역의 통폐합 문제와 인구 과밀 지역의 분구 논의가 맞물리면서 유권자와 출마 예정자 모두 혼란을 겪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정치권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최근 전북 장수군 도의원 선거구에 대해 인구 편차 허용 한계인 50%를 넘어 유권자의 투표 가치를 침해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오는 2월 19일까지 전북도의원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현재 장수군 인구는 약 2만1천 명으로, 도의원 1인당 평균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단독 선거구 유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며, 인근 무주·진안 등 다른 농어촌 지역도 통폐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전주와 익산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선거구 수를 늘리는 증석이나 분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어촌과 도시 지역 간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대한 선거구 획정이 선거일 180일 전이라는 법정 기한을 한참 넘기도록 확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광역의원 선거구가 국회에서 먼저 확정돼야 이를 토대로 기초의원 선거구를 정할 수 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전북 각 시·군의 선거구 논의도 함께 멈춰 섰다.

정치평론가 김모(60) 씨는 “헌재가 제시한 인구 편차 기준을 엄격히 지키는 동시에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전향적인 협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거구 획정이 정당 간 이해득실의 도구로 전락하는 고질적 관행을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26일 발표한 ‘시·도의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왜 필요한가’ 보고서에서 제도적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광역의원 선거구에 대해 별도의 획정위원회 설치 규정이 없어 획정 주체와 절차가 불명확하다”며 “이 같은 제도 공백이 반복적인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이어지고, 결국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타협에만 의존하는 현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선거구 획정 기한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정당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부과하는 등 강제력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출마자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 지역의 한 정계 관계자는 “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서야 선거구가 확정되는 관행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과 표의 등가성을 균형 있게 반영한 합리적인 획정안이 2월 입법 시한 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송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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