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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민선 8기 전북, 화려한 성과 지표 뒤에 가려진 서민의 한숨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1.19 12:22 수정 2026.01.19 12:22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14개 시·군이 민선 8기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며 저마다 ‘역대 최대 성과’를 앞세운 자화자찬식 홍보에 나서고 있다. 수조 원대의 국가 예산 확보, 대규모 기업 유치,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권한 확대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수치’가 과연 도민들의 고단한 삶을 얼마나 바꾸어 놓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화자찬 일색의 발표와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자치도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과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의 협업 모델 구축 등을 주요 성과로 꼽는다. 시군들 역시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도 관광객 유치나 공모사업 선정으로 수천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저소득층의 두터운 사회안전망으로,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징후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고금리·고물가의 파고 속에 도내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은 치솟고 있으며,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전북을 떠나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지자체의 홍보와 도민의 삶 사이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주시는 대규모 재개발과 규제 완화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치솟는 임대료와 침체된 골목상권에 신음하는 소상공인들에게는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익산시와 군산시 역시 대규모 기업 유치를 홍보해왔으나,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 유출은 여전히 전국 상위권을 맴돌고 있다. ‘성과 발표’를 위한 성과는 있을지언정, 서민들의 지갑을 채우고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민생 경영’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지자체들이 발표하는 성과 지표가 ‘체감도 낮은 수치’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조 원의 투자 유치 협약(MOU)이 실제 착공과 고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무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단체장들은 임기 내 치적을 쌓기 위해 확정되지 않은 미래 가치를 현재의 확정된 성과인 양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괴리는 결국 행정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을 키우고, ‘누구를 위한 성과인가’라는 근본적인 회의감을 자아내게 한다.
또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은 더하다. 수치와 계획을 앞세운 홍보가 반복될수록, 민생의 어려움과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논의는 뒤로 밀리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미래 비전 경쟁과 동시에, 지난 행정에 대한 평가의 장이다. 유권자들은 더 이상 추상적인 성장 담론이나 장밋빛 약속에만 기대 표를 던지지 않는다.
민선 8기 남은 기간, 전북자치도와 14개 시군이 집중해야 할 것은 자화자찬 일색인 홍보가 아니다. 바로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의 영업 현장이고, 끼니를 걱정하는 저소득층의 안방이며, 미래를 설계하지 못해 방황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다.
지자체는 이제라도 자화자찬을 멈추고 뼈아픈 자기 성찰에 나서야 한다. 통계상의 숫자보다 도민의 밥상물가와 장바구니 형편을 먼저 살피는 세심한 민생 정책이 시급하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의 행복이다. 아무리 높은 빌딩이 들어서고 큰 공장이 들어온다 한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성공한 행정이라 할 수 없다.
민선 8기 단체장들은 남은 임기 동안 ‘성과’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를 벗겨내고, 진정으로 도민들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도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의 여유다. 행정의 시계가 지자체장의 치적이 아닌, 도민의 삶의 궤적에 맞춰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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