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1심에서 징역 23년이 선고됐다. 이는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8년 더 무거운 형량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1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문서손상, 위증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한 뒤 법정에서 구속했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을 형법상 내란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헌적인 포고령을 발령하고 경찰과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한 행위가 내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과정에서 이를 방조하거나 소극적으로 관여한 수준을 넘어,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도록 제안하는 등 내란 실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고, 계엄의 정당성을 사실상 용인한 점을 지적했다. 또한 국무총리로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소집 사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실질적인 심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언론사 단전·단수와 관련해서도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행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제지하지 않은 점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언론사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조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밝혔다.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위증 혐의 역시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다만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부분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해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에 의해 헌법 질서가 침해된 친위 쿠데타 성격의 내란”이라며 “민주적 질서에 끼친 위험성과 파장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한 전 총리의 사과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본 사법부의 첫 판단으로, 향후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주요 피고인들의 내란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