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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합당 소용돌이에 갇힌 전북 정치권, ‘지역 현안’ 실종은 안 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1.26 10:59 수정 2026.01.26 10:59

오는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치 시계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긴박함의 중심에는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결이 아닌, 중앙 정치발 ‘합당 소용돌이’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전북 지역의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지만, 정작 도민의 삶과 직결된 핵심 현안들은 거대한 정치적 수사 뒤로 숨어버린 형국이다.
현재 전북 정치권은 이른바 ‘통합 공천’의 향배에만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다. 두 정당의 결합이 가져올 공천 지형의 변화, 각 후보 간의 계파 계산, 그리고 당선 가능성에 매몰된 나머지 지방자치의 본질은 실종됐다. 거대 야당의 통합이라는 거대 담론이 전북을 휩쓸면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가속화 등 전북이 처한 냉혹한 현실은 선거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우리는 과거 중앙 정치권의 대결 논리에 편승해 지역의 이익이 희생되었던 ‘전북 패싱’의 아픈 기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도 중앙의 통합 논리에 휘둘려 지역 현안이 뒷전으로 밀린다면,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는 또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북에는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논쟁해야 할 산적한 현안이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실질적인 기업 유치와 인프라 구축은 전북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중앙정부의 예산 편성 논리에 맞서 새만금의 속도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었던 ‘전북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끌어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 출마 예정자들에게 물어야 한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을 맞이해 확보한 자치권과 특례들을 어떻게 주민 체감형 정책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선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 국면은 ‘누가 공천을 받을 것인가’라는 인물론과 조직력 싸움에만 매몰되어 있다. 전주 인구가 62만 명 선까지 위협받고, 농어촌 지역의 소멸위험지수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산업 생태계 조성이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같은 ‘생존의 문제’는 후보들의 홍보물 어디에서도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통합이 단순히 세(勢) 불리기를 위한 수단에 그친다면, 그것은 도민에 대한 기만이다. 통합의 에너지는 전북의 중앙 정치 영향력을 키우고, 지역의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동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유권자인 도민들 역시 냉철해져야 한다. 정당의 이름표나 통합의 바람에 편승하는 후보가 아니라, 우리 동네의 소멸을 막고 전북의 자존심을 세울 정책을 가진 인물이 누구인지 살펴야 한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니라, 내 삶을 바꿀 지방 정부의 일꾼을 뽑는 축제여야 한다. 후보들은 합당이라는 정치적 외풍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정책의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새만금의 미래, 금융도시의 꿈, 그리고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전북을 위한 해법을 내놓고 도민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중앙 정치권에 경고한다. 전북을 단순한 ‘표밭’이나 ‘공천 지분 나누기’의 장으로 여기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또한 지역 정치권은 중앙의 눈치를 보는 해바라기 정치를 멈추고 전북의 현안을 선거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려야 한다. 6·3 지방선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전북의 핵심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를 가려내는 ‘정책 검증의 장’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전북의 미래는 중앙당의 전략실이 아니라, 전북도민의 절실한 요구를 담은 정책 대결에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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