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아파트 옆 내리막길을
어린 고라니 한 마리 뛰고 있다.
때마침 신호등에 차들은 멈춰 있고
고라니는 횡단보도를 통과했다.
소양천 가는 길을 알고 있구나.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외롭다.
너무 외로워 느린 화면으로 보이더니
내 눈 속에 아예 멈춰 버렸다.
요트로 태평양을 건넌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 떠오른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아무 말도 안 했을 거예요.
시간낭비니까요.”
고라니는 사라지고 차들이 움직인다.
강가를 맘 놓고 뛸 수 있을까.
보이는 게 모두 아슬아슬하다.
산속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약력>
1956년 전주 출생, 1994년 <시문학> 등단, 시집으로 『대장도 폐가』,
『불 속에 핀 우담바라』, 『있음과 없음 너머』 외, 저서로
『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 『님의 침묵과 선의 세계』 발간,
현 종합문예지 『씨글』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