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자금보증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2025년 8월 28일부터 시행된 이번 조치는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 합계가 공시가격의 126%를 초과할 경우 보증을 거절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는 이미 시행 중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유사 규제와 맞물리며 전세시장 전반을 한층 더 옥죄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2026년 들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전면 적용과 전세보증 비율 90% 일원화까지 더해지면서, 세입자들의 체감 주거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방지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접근이 과연 실수요자 보호로 이어질지는 냉정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강화된 심사 기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해진다. 기존에는 선순위 채권만을 중심으로 보증 가능 여부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보증금까지 포함해 공시가격의 126%를 넘으면 보증이 불가능하다. 깡통전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지만, 그 여파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수도권 빌라·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2023년 하반기 계약의 약 27.3%가 이 기준에 걸려 대출이 막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방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전북처럼 비아파트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주택조차 보증 문턱을 넘기 어려워지면서,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아파트 쏠림과 지역 간 주거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실수요 계층에 집중되는 부담이다.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보증금의 80%에서 추가로 축소되고, 소득과 부채에 대한 심사가 한층 엄격해지면서 청년·신혼부부·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예컨대 보증금 3억 원 주택에서 대출 가능 금액이 2억 4천만 원에서 2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면, 수천만 원의 추가 자금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전세시장 진입 자체를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추진한 배경에는 가계부채 관리와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명분이 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HUG의 대위변제액이 수조 원에 달하며, 보증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법인 임대인에 대한 심사 강화로 갭투자나 사기성 임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그 비용을 누구에게 떠넘기고 있느냐는 점이다. 보증 문턱이 높아질수록 임대인은 월세 전환을 택하게 되고, 이는 전체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이 이번 조치가 월세화 가속과 비아파트 기피 현상을 부추겨 오히려 주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정책의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2026년부터 보증금 3억 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보증료를 최대 40만 원까지 지원하는 제도가 시행되지만, 대출 자체가 막히는 상황에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핀테크 기업을 통한 확정일자 정보 연계 확대 역시 긍정적 시도이지만, 이는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 전세제도의 구조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확충, 월세 세액공제 확대, 지역·주택 유형별 보증 기준 차등 적용 등 보다 입체적인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결국 전세보증 심사 강화는 사기 예방이라는 목표 아래 추진됐지만, 실수요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부작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규제의 효과와 시장 충격을 면밀히 점검하고, 서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에 둔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주거 안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공공의 과제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