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금융중심지 도약을 위한 실질적 승부수를 던졌다. 공공과 민간의 핵심 축인 국민연금과 KB금융이 한 테이블에 앉으면서, 전북이 구상해 온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 구상이 구체적 윤곽을 드러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23일 도청에서 국민연금공단, KB금융그룹과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 조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관영 도지사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서명에 나섰다.
이번 협약은 지난 1월 발표된 전북혁신도시 ‘KB금융타운’ 조성 계획의 후속 조치다. 단순한 사무소 이전을 넘어 자산운용 기능을 집적하고, 인력과 인프라를 동시에 확충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KB금융은 KB증권과 KB자산운용, KB손해보험, KB국민은행 전문 상담조직 등을 전북에 배치하고, 당초 250명 수준이던 상주 인력을 약 38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주 지역 근무 인원까지 포함하면 530명 규모다. 여기에 KB희망금융센터와 KB Innovation HUB 센터도 신설해 서민금융 지원과 스타트업 육성 기능을 강화한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연기금 운용 경험을 토대로 민간 금융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넓히는 역할을 맡는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가 공존하는 구조를 통해 전북형 금융생태계의 중심축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협력 범위는 금융거점 조성에 그치지 않는다. 향후 3년간 국제금융컨퍼런스를 열어 글로벌 투자기관을 초청하고, 청년 대상 모의투자대회도 병행한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금융교육 체계 구축과 ‘NPS 오픈캠퍼스’ 운영도 포함됐다.
지역경제와 연결된 과제도 눈에 띈다. 농촌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 연금으로 환원하는 ‘마을자치연금사업’에 6억원을 투입하고, 전북 소재 기후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10억원 규모 벤처펀드도 조성한다.
이번 협약은 전북이 추진 중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도 직결된다. 민간 금융그룹의 실질적 투자와 전문 인력 상주가 가시화되면서, 금융특화도시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정부의 균형발전 전략과 맞물려 수도권 일극 구조를 보완하는 사례가 될지도 주목된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협약 과제들이 현장에서 실행돼 지역사회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고, 양종희 회장은 “금융 인프라 확충과 인재 양성, 기업 육성을 통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관영 도지사는 “자산운용 특화 금융생태계 조성은 전북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가는 핵심 단계”라며 “전북 금융산업이 자산운용 혁신의 상징이 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자리 잡은 혁신도시에 KB금융까지 더해지면서, 전북의 금융중심지 도전은 선언을 넘어 실행 국면에 들어섰다.
이제 관건은 속도와 성과다. 3자 협력이 지역 일자리와 산업 구조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북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이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