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이란의 허점을 노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다. 벌써부터 예측되었던 일이긴 하지만 첫 번째 공격에서 하메네이를 제거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점에서는 공격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이슬람의 종교적 성향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메네이는 절대자로 군림했던 호메이니를 꼭 닮은 모습으로 등장한 후계자다. 그의 최고지도자 등극은 과연 호메이니처럼 권위를 내세워 최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을까 염려하기도 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강경파 시아파를 아우른 그의 통치는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힘을 과시하며 수십 년을 버텼다. 앙숙인 미국과는 언제나 강력대결하며 부분적인 마찰이 끊임없었다. 특히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경제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 등 핵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을 그치지 않았다.
이 점에서는 북한과 매우 닮았다. 북한 역시 미국의 고단위 압력과 제재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이후 3대에 걸친 원자핵의 길을 걸어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폭 실험에 성공하고 이제는 어엿이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의 엄포는 문자 그대로 엄포였을 뿐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전개되도록 미국은 헛물만 켜고 있었을까. 이를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매우 어렵다. 김정은을 설득하기 위해서 트럼프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김정은과의 정상 담판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미 다 만들어진 핵을 포기할 북한이 아니다. 사전에 이를 막지 못한 것은 북한이 중국의 비호를 받는 접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6.25전쟁에서 미국은 중공군의 참전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때의 중국은 맥아더 건의대로 원자탄 한 방이면 꼼짝하지 못했을 정도로 궤멸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약체였지만 현재는 다르다. 미국과 맞먹는 군사력과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한다.
미국이 북한을 이란식으로 다룰 수 없는 큰 이유다. 중국과의 한판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북한을 폭격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 개발을 눈 뻔히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난처한 경지에 빠진 트럼프는 ‘김정은 사랑’을 노래하며 러브레터를 주고받았으나 김정은만이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반면 이란은 다르다. 이란을 둘러싼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변국들이 모두 미국 편이다. 현재 미군의 전투기와 미사일이 이들 나라의 기지를 이용하고 있어 이란은 산지사방으로 미사일을 날리며 이들을 견제하지만 사면초가로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다만 엄청난 석유매장으로 버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싸움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지상군 개입을 꺼리는 미국을 대신하여 쿠르드족의 군사력이 미군의 지원으로 이란에 진입하고 있어 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 세계의 여론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고 미국 내에서도 반전 여론이 높지만 과거 베트남 전쟁과 같은 양상은 아니다.
막대한 전비(戰費)가 문제라고 하지만 이란 역시 항전의 대가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세계 최강국 미국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한국은 방산무기(防産武器)의 효능이 입증되어 웃을 수는 없지만 가외(加外)의 득을 보게 생겼다. 이미 UAE에 수출한 천궁(天弓)은 미사일 요격무기다. 적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공중 폭파시키는 무기인데 이번에 이란이 UAE를 목표로 쏜 미사일의 96%를 격추했다는 놀라운 성능을 보였다. 이에 놀란 UAE는 즉각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다른 나라들도 이에 따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되어 한국전쟁 때 UN군의 군수물자 공급기지가 되었던 일본이 떠오른다. 일본은 이 덕분에 비참한 패전국의 빈곤을 단숨에 벗어날 수 있었으며 지금의 부국으로 변신했다.
나는 지난 1월26일자 칼럼을 통하여 “이란의 혁명적 상황”이라는 제하에 이란 사태를 유추한 바 있다. 이 때 이란은 하메네이의 독선과 독재를 비판하며 학생과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국 모든 도시에서 궐기한 시위대는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군경을 동원한 하메네이는 무차별 발포로 정부 발표만 으로도 3800여 명이 사밍했다, 그러나 외신에서는 2만 명 또는 3만 명으로 보도할 정도로 많은 희생자가 났다. 이를 의식하여 트럼프는 이란을 공격한 후 “이란 국민은 빨리 정권을 장악하라”는 메시지를 냈으나 이란의 그 많은 젊은이들의 저항은 보이지 않는다. 하메네이 타도를 외쳤던 국민이 정작 그가 폭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절호의 기회를 붙잡지 않는다. 종교적 문제 때문일까. 이란 사태는 아직도 유동적이지만 미국이 한 번 뺀 칼을 거두어 들이진 않을 것이 분명하다. 힘에 의한 평화가 영원할 수는 없다. 국민의 혁명은 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