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다시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산유국 간의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출렁이고, 이는 곧바로 국내 물가 상승과 금리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북특별자치도가 최근 ‘비상경제대응 TF’를 가동하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도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번 대응이 단순한 상황 모니터링이나 보고서 작성용 ‘면피성 행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현재 전북 경제의 하부 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타 시도에 비해 농생명 산업 비중이 높고 영세 소상공인이 경제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농가의 영농비 부담을 직격하고 있다. 이는 도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특히 시설 하우스 가동과 농기계 사용이 본격화되는 봄철을 맞아 면세유 가격의 불안정은 농민들에게 생존의 위협이나 다름없다.
전북자치도 비상경제대응 TF가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실효성’이다. 정부 차원의 거시적인 대책이 발표되더라도, 그것이 지역의 구석구석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하며 사각지대 또한 적지 않다. 도는 우선적으로 도내 에너지 취약 계층과 영세 농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을 점검해야 한다. 에너지 바우처 지원 범위를 확대하거나, 도 차원의 유가 보조금 한시적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산 부족을 핑계로 중앙정부의 처분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작금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
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 지원 대책 역시 속도감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중동발 악재는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곧 지역 내수 시장의 고사로 이어진다. 전북신용보증재단 등 출연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저금리 대환대출 규모를 대폭 늘리고, 이차보전 지원 사업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서류상으론 지원 대상이지만 현실적으론 그림의 떡”이라는 냉소로 이어지지 않게 세심한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이번 위기를 전북 경제의 ‘에너지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는 장기적 안목도 필요하다. 전북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와 수소 산업의 메카를 꿈꾸고 있다. 외부 충격에 취약한 화석 연료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생산된 청정에너지를 도내 산업단지와 농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 자립형 경제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비상 대응은 당장의 불을 끄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불이 번지지 않게 방화벽을 세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행정의 ‘현장성’이 중요하다. 도지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전통시장과 농촌 들녘, 산업단지를 직접 발로 뛰며 도민들의 고충을 직접 보고 듣고 살펴야 한다. 회의실에 앉아 통계 수치만 들여다봐서는 현장의 절박함을 알 수 없다. 지자체의 존재 이유는 위기 시에 빛을 발한다. 마지막 보류와 같다. 도민들이 “전북자치도가 우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비상경제대응 TF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중동발 경제 위기는 예견된 변수이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상수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우리의 대응 속도와 정밀함뿐이다. 전북자치도가 이번 위기 대응을 통해 진정한 자치 역량을 증명해 보이길 기대한다. 도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지나친 대응’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