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있으니 넘어지고 바람 불어오니 흔들리며
작은 명예에 머리 숙인
미약한 경험들이 가슴을 덮는다
오는 바람 막아내며
가는 바람 잡았으나
이 땅에 흔들리는 허수아비는
거센 비바람에 휘갈긴다
어둠 속에 들려오는 부엉새 소리에
눈 들어 돌아보니
광야의 월광 소나타 되어 다가와 일어서라 손잡는다
할퀴고 지나간 비운의 거센 바람
나이테 되어 흔적으로 남을 때
메마른 대지 위에 홀로 서서 삶의 작은 빛 되어
갈아 온 깊이만큼 비춰 간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비춰가는 삶」은 흔들림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고, 스스로 빛이 되어가는 인간 존재의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첫 구절‘서서 있으니 넘어지고 바람 불어오니 흔들린다’는 삶의 불안정성과 인간의 연약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작은 명예에 머리 숙인 미약한 경험들’이라는 고백은 삶의 과정에서 겪는 자존의 흔들림과 후회를 내면적으로 응축시켰다.
중반부‘허수아비’라는 상징성이 인상적이다. 이는 외부의 힘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하며, 거센 비바람 속에서‘휘갈긴다’는 표현은 삶의 시련이 단순한 흔들림을 넘어 상처와 혼란을 남긴다는 점을 강조한다.‘부엉새 소리’와‘월광 소나타’의 이미지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각성과 위로의 메시지로 작용한다. 특히‘일어서라 손잡는다’는 구절은 외부의 어떤 존재이자 동시에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건네는 구원의 손길로 읽힌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인간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 연‘메마른 대지 위에 홀로 서서 삶의 작은 빛 되어’라는 구절은 고독하지만, 주체적인 존재로서의 자각을 드러내며,‘갈아 온 깊이만큼 비춰 간다’는 말로 삶에서 축적된 경험이 곧 빛이 된다는 깨달음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시는 흔들림과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자기만의 빛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뿐만 아니라 자연물과 감각적 요소를 통해 내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