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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주·김제 통합 논의, 속도보다 주민 합의가 먼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3.15 13:22 수정 2026.03.15 01:22

전북 지역에서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전주와 김제 지역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두 도시의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전주·완주 통합 논의를 결론 내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통합론이 제기되자 지역사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통합 논의의 진정성과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구역 통합은 도시 경쟁력과 행정 효율성, 지역 발전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중대한 정책 결정이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은 통합을 강력히 유도하고 있다. 초광역 생활권(60분 생활권) 구축과 막대한 재정 지원을 앞세워 대규모 통합을 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에서도 통합 논의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전북의 중심 도시인 전주시는 행정·문화 중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지만 도시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김제시는 넓은 농업 기반과 산업단지를 갖추고 있으며 새만금 개발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두 지역이 협력하거나 통합할 경우 산업·농업·도시 기능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는 지방 현실을 고려하면 도시 간 협력이나 통합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주민 정서와 지역 정체성 문제가 가장 큰 변수다. 오랜 시간 유지돼 온 지명과 행정 경계는 단순한 행정 편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삶의 역사이자 정체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적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통합을 추진하면 갈등만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전주와 완주군 통합 논의가 반복적으로 무산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통합의 필요성은 논의하더라도 주민 공감대 형성은 사실상 실패했다. 행정 효율성이나 도시 경쟁력이라는 논리가 주민 생활과 정체성 문제를 설득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거론되는 전주·김제 통합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통합 논의가 정치 일정에 맞춰 서둘러 진행되서는 안 된다. 통합은 선거 이슈나 정치적 카드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 구조를 결정하는 중대한 정책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또 다른 지역 갈등만 낳는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차분한 공론화 과정이다. 통합이 가져올 행정적·경제적 효과와 비용, 재정 구조 변화, 주민 서비스 개선 여부 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여론 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통합 여부는 주민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또한 ‘흡수 통합’의 프레임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도시와 농촌, 산업과 농업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통합이 추진된다면 농업 기반을 가진 김제의 강점과 전주의 행정·문화 기능을 결합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 상생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서두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선언보다 합의가 중요하고, 속도보다 신뢰가 우선이다. 충분한 논의와 주민 합의를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전북의 도시 발전 전략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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