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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농촌 기본소득, ‘돈 뿌리기’ 넘어 인구·상권 살리나

송효철 기자 입력 2026.05.11 17:08 수정 2026.05.11 05:08

순창·장수 인구 1541명 증가…지역화폐 259억 풀리며 골목상권 변화

농어촌 기본소득이 전북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 흐름을 되돌릴 수 있는 정책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현금성 지원을 넘어 지역 안에서 돈이 돌게 만드는 ‘순환경제’ 장치로 작동하면서 인구 유입과 골목상권 회복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11일 순창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현장점검과 주민간담회를 열고 사업 추진 성과와 현장 체감도를 점검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전북에서는 순창군과 장수군이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추진된다.

초기 지표는 비교적 뚜렷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순창·장수지역 기본소득 신청자는 4만4651명, 지급 인원은 4만2684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지급액은 259억 원이며 순창군에 약 145억 원, 장수군에 약 114억 원이 지급됐다. 올해 사업비는 총 855억 원 규모로 국비와 도비, 군비가 함께 투입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구다. 전북도에 따르면 사업 선정 이후 순창군과 장수군 인구는 모두 1541명 늘었다. 순창군은 869명, 장수군은 672명이 증가했다. 국민일보도 4월 말 기준 순창군 인구가 2만7607명, 장수군이 2만1117명으로 각각 3%대 증가율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인구 감소가 상수처럼 여겨졌던 농촌지역에서 단기간에 나타난 변화라는 점에서 정책 신호 효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권 변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순창·장수지역 기본소득 가맹점은 사업 선정 전 2200곳에서 2635곳으로 435곳 증가했다. 순창은 239곳, 장수는 196곳이 새로 등록됐다.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급되다 보니 대도시나 온라인 소비로 빠져나갈 돈이 지역 내 음식점, 소매점, 생활서비스 업소로 흘러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날 현장점검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확인됐다. 김종훈 전북자치도 경제부지사는 순창읍의 피자점, 한식주점, 미용실, 의류점, 분식점, 휴대전화 판매점, 음식점, 카페 등 8개 가맹점을 찾아 기본소득 사용 실태를 살폈다. 이 가운데 일부 점포는 올해 새로 문을 연 곳으로, 상인들은 기본소득 시행 이후 유동인구와 소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효과의 핵심은 ‘월 15만 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 사용 방식에 있다. 현금이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거주 지역 내 사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소비가 지역 안에 머무르게 설계됐다. 주유소와 편의점, 하나로마트 등 특정 업종으로 소비가 쏠리지 않도록 일부 한도를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어촌 기본소득이 개인 소득 보전 정책이면서 동시에 지역상권 보호 정책으로 읽히는 이유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면 지역은 읍내보다 가맹점과 생활서비스 기반이 부족해 주민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곳이 제한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 지역 경제를 살리려면 지급액보다 중요한 것이 사용처의 질과 접근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사용처 확대와 운영 지침을 둘러싼 혼선도 제기되고 있어 제도 설계의 세밀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순창군은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면 단위 사회적협동조합과 연계한 직거래 장터와 이동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청년창업 지원, 권역별 순환마켓 조성, 농협·자활센터와 함께하는 ‘온정장터’, 기아와 연계한 이동장터, 생필품을 집에서 주문해 기본소득 카드로 결제하는 ‘순창상회’ 시범운영 등 생활밀착형 보완책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인 관심도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에는 전국 44개 군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에서도 진안·무주·임실·고창·부안 등 5개 군이 추가 공모에 뛰어들었다. 초기 성과가 확산될 경우 기본소득은 단순 복지정책이 아니라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성급한 평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인구 증가는 정책 기대감에 따른 전입 효과일 수 있고, 2년 시범사업 이후에도 주민 정착이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본소득이 지속 가능한 효과를 내려면 의료, 교통, 돌봄, 교육, 일자리 등 정주 여건 개선과 함께 가야 한다.

김종훈 전북자치도 경제부지사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지역 소비와 공동체 활성화, 생활서비스 개선까지 연결되는 지역순환형 정책”이라며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주민들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송효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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