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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인생은 세옹지마塞翁之馬에 복불복福不福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6.10 13:10 수정 2026.06.10 01:10

정성수 본지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중국 고사 가운데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하나가 새옹지마다. 변방에 살던 노인의 말 한 필이 어느 날 오랑캐 땅으로 달아났다. 마을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며 위로했지만, 노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이 일이 복이 될지 알겠는가?”얼마 뒤 그 말은 더 좋은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은 노인은 다시 말했다.“이 일이 화가 될지 알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노인의 아들이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를 절게 되었다. 그 무렵 전쟁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전장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다리를 저는 아들은 징집을 면해 살아남았다. 이야기는 인간의 길흉화복이 순간순간 뒤바뀐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잘사는 사람이 하루아침에 빈손이 되기도 하고, 실패했다고 낙심하던 사람이 그 실패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기도 한다. 사람들은“인생은 복불복”이라고 한다. 복불복이라는 말에는 허탈한 웃음이 있고 체념도 담겨 있다.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인간의 오만을 경계하는 지혜가 숨어 있다. 세상만사를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인생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옛 어른들은“달도 차면 기운다”고 했다. 높은 자리도 영원하지 않고, 가난도 끝없이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잘될 때 교만하지 말고 어려울 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인생이라는 긴 강물은 늘 굽이치며 흐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눈물이 내일의 웃음이 되고, 오늘의 웃음이 내일의 눈물이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이치다.
속담에“호사다마好事多魔”가 있다. 좋은 일에는 마가 많이 낀다는 뜻이다. 어렵게 성공한 사람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지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본다. 반대로 실패와 좌절 속에서 더욱 단단해진 사람도 많다. 복과 화는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형제 같은 존재다.
조선 후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벼슬길에서 쫓겨난 당시만 해도 그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는 유배지에서 수많은 책을 남겼고 후세에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게 되었다. 만약 순탄하게 벼슬만 했다면 오늘날의 다산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화처럼 보였던 일이 결국 복이 된 셈이다.
반대로 복이 화로 변한 경우도 있다. 어느 부자가 점쟁이를 찾아갔다. 점쟁이는“올해 큰 재물이 들어온다”고 했다. 부자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무리하게 장사를 벌였다. 처음에는 돈이 굴러들어오는 듯했지만, 욕심이 커질수록 빚도 늘어났다. 결국, 그는 모든 재산을 잃고 말았다. 한 노인이 말했다.“복은 그릇만큼 담기는 법인데 욕심은 그릇 바닥을 깨뜨린다.”사람은 복을 받는 것보다 복을 감당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있다. 화를 돌려 복이 되게 한다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겪는다. 그러나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어떤 이는 절망 속에서 무너지고, 어떤 이는 거기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결국, 운명은 주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을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말을 한다.“살다 보면 다 지나간다.”젊을 때는 눈앞의 성공과 실패가 영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세월이 흐르면 그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잘될 때는 영원히 잘될 것 같고, 망했을 때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인생은 예상 밖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 자신의 행운을 자랑하기보다 감사하고, 불행 속에서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 마을에 늘 재수가 없다고 푸념하는 사내가 있었다. 비가 오면 지붕이 새고, 장에 나가면 물건값이 떨어지고, 술을 마시면 꼭 시비가 붙었다. 하루는 친구에게 말했다.“나는 팔자가 기구해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그러자 친구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도 자네는 살아 있지 않은가. 죽은 사람은 재수가 좋고 나쁠 일도 없다.”
이 우스갯소리 속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사람은 가진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잃은 것을 애통하게 여긴다. 돌아보면 평범한 하루가 가장 큰 복일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아픈 데 없이 잠들 수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는 잊고 산다.
불교에서는“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불행하다고 여기고 누구는 배움이라고 받아들인다. 결국, 행복과 불행은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결과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이다. 오늘 앞서간 사람이 내일 뒤처질 수 있고, 오늘 넘어진 사람이 내일 가장 멀리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어떤 노인은 인생을 이렇게 말했다.“살아보니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 온다. 그래서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아야 한다.”깊은 말이다. 폭풍우가 아무리 거세도 언젠가는 하늘이 개듯이, 인생의 먹구름도 영원히 머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운명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계산하려 한다. 일류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은 수학 공식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뜻밖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작은 실패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인생은 세옹지마이며 동시에 복불복이다. 중요한 것은 복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일이 아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다시 씨앗을 뿌리는 농부처럼 사람도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 실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 인생은 또 다른 문을 열어준다.
삶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승리가 될 수 있고, 오늘의 눈물이 훗날 빛나는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잘될 때 겸손하고 어려울 때 담대해야 한다. 그것이 세옹지마와 복불복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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