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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기고

청렴은 공직자가 스스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9.13 00:19 수정 2026.09.13 12:19

소방수
서부지방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장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여름도 어느덧 끝자락에 다다랐다. 한낮 햇살은 여전히 따갑지만, 아침저녁 바람에는 가을 기운이 스며든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서면 자연스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산림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면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느낀다. 짙은 녹음으로 가득했던 숲도 조금씩 다음 계절을 채비한다. 우리 공직자에게도 가끔은 걸어온 길과 지금의 마음가짐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치가 바로 ‘청렴’이다.
‘청렴’이라 하면 흔히 금품수수나 부정부패 같은 큰 문제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오랜 공직생활에서 느낀 것은, 청렴이 그리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가치가 아니라는 점이다.
민원인의 이야기를 한 번 더 귀 기울여 듣는 것, 친분이나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고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계약을 집행할 때 원칙을 지키는 것, 작은 부탁 하나에도 그것이 공정한지 먼저 헤아려보는 것. 이런 평범한 선택들이 쌓여 우리가 말하는 ‘청렴’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공직자에게 청렴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법을 지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공직자가 하는 모든 일의 바탕에는 ‘국민의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행정기관의 결정을 믿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대로 행정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믿는다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여지는 그만큼 커진다.
오늘날 청렴의 의미도 예전보다 넓어졌다. 금품을 받지 않는다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직무와 사적 이해관계를 분명히 구분하고 업무의 과정과 결과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세까지 요구된다.
산림행정 현장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
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하는 산림은 어느 개인이나 기관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다. 산불과 산사태로부터 산림을 지키고, 나무를 심고 가꾸며, 임도를 내고 산림재해 예방사업을 추진하는 일 하나하나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산림사업의 계약과 감독, 국유재산 관리, 각종 인허가와 민원 처리 등 국민과 직접 맞닿은 업무도 많다. 그 과정에서 공직자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국민이 산림행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숲을 가꾸는 일과 청렴은 닮은 데가 많다.
오늘 심은 나무 한 그루가 내일 당장 울창한 숲이 되지는 않는다. 작은 나무를 심고 주변의 풀을 베며 꾸준히 가꾸는 오랜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건강한 산림이 만들어진다.
청렴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캠페인이나 교육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선택과 실천이 쌓여 한 사람의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 조직의 문화가 되며, 결국 국민의 신뢰로 이어진다.
조직을 책임지는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직원들에게 청렴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리자부터 원칙을 지키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직원들이 어려운 문제를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고, 잘못된 관행에는 직급과 관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문화 또한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이다.
우리 산림공직자는 국민의 숲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오늘 지키고 가꾸는 산림은 지금 세대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자산이다.
청렴도 다르지 않다. 선배 공직자들이 쌓아온 신뢰를 지키고 더 나은 공직문화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 역시, 지금을 살아가는 공직자의 책임이다.
울창한 숲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 청렴한 공직사회 역시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거창한 구호보다 오늘 내가 내리는 작은 결정 하나, 민원인을 대하는 말 한마디, 업무를 처리하는 원칙 하나를 제대로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
숲을 가꾸는 마음으로 청렴을 가꾸어 나간다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직사회, 국민에게 더욱 신뢰받는 산림행정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청렴은 누군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의무이기 전에, 국민의 일을 맡은 공직자가 스스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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