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상
남원경찰서 경비안보과경사
“사장님, 단체 주문을 하려고 합니다.”
소상공인에게 이보다 반가운 말이 또 있을까. 특히 장사가 쉽지 않은 요즘, 단체 주문이나 기관·기업의 대량 주문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하지만 바로 그 기대와 신뢰를 악용해 소상공인을 노리는 사기 수법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군부대 관계자를 사칭해 소상공인에게 접근한 뒤 대량 주문을 미끼로 대리구매나 선송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우 그럴듯하다.
“기관 행사에 사용할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하겠다”,
“거래처를 통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 달라”,
“먼저 송금하면 함께 정산하겠다”는 식이다.
사기범들은 무엇보다 사람의 선의와 장사하는 마음을 이용한다.
“큰 주문을 놓치면 어떡하지?”
이런 조급함이 생기는 순간, 판단은 흐려진다. 상대방이 공공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 경계심은 더욱 낮아진다. 그리고 “거래처 물품을 대신 구입해 달라”거나 “특정 업체로 먼저 송금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진다.
소상공인은 주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요구대로 돈을 보내거나 물품을 준비한다. 그러나 정작 물건을 준비하고 송금까지 마친 뒤 연락을 시도하면 전화가 끊겨 있거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기관과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피해 규모다. 한 번의 실수가 수백만 원에 그치지 않고 수천만 원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규모가 작은 가게일수록 그 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 달, 또는 몇 달 동안 장사를 해서 마련한 소중한 운영자금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이다.
상대방이 기관이나 기업을 사칭했다면 상대방이 알려주는 전화번호만 믿어서는 안 된다. 해당 기관이나 기업의 공식 홈페이지에 안내된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실제 주문인지 확인해야 한다.
처음 거래하는 업체에서 대리구매, 선입금, 송금 등을 요구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지금 바로 처리해 달라”, “오늘 안에 송금해야 한다”, “큰 주문이니 빨리 준비해 달라”는 식으로 결제를 재촉한다면 일단 멈추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거래라면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길 이유가 없다.
사기범들은 바로 이 ‘멈춤의 시간’을 가장 싫어한다.
소상공인은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거래를 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의심하는 것과 불신하는 것은 다르다. 확인은 상대방을 의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서로의 거래를 안전하게 지키는 기본 절차다.
특히 최근에는 전화 한 통만으로도 상대방의 신분을 믿게 만들 정도로 사기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다.
목소리와 말투, 기관명까지 그럴듯하게 꾸미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사람도 순간적으로 속을 수 있다.
그래서 예방은 개인의 경험이나 감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소상공인 스스로가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생활화하고, 주변 상인들과 피해 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누군가의 피해 사례를 보고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 다른 가게에서 발생한 일이 내일 내 가게에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마 내가 당하겠어.”
어쩌면 이 말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장사를 하면서 고객을 믿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좋은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뢰와 함께 확인도 필요하다. 한 번의 확인 전화, 한 번의 계좌 확인, 한 번의 거래처 확인이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소상공인의 돈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다. 가족의 생계이고, 직원들의 일자리이며, 한 가게의 미래다.
장사가 어려울수록 더욱 냉정하게 확인해야 한다.
좋은 주문일수록 확인하고, 급한 거래일수록 한 번 더 멈추자.
보이스피싱과 노쇼 사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설마”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확인”하는 습관을 시작하자.
한 번의 확인이 소상공인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고, 한 번의 신중함이 우리 지역 상권을 지키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