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홈 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진주 빛 포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11.05 18:01 수정 2026.11.05 18:01

 
진주 빛 포도 - 정선녀

맑은 물 온갖 산새들
개구리 노래하는 지리산
주렁주렁 가을 담으려 봄을 심었다

사래 긴 포도밭 햇살 손으로 어루만지니
오동통 아기 순 엄마 젖꼭지 물고 나온다

한여름 땀방울 견뎌내어 색동옷 갈아입은 포도송이
부딪치는 찬비 바람에 오색 향기 가을을 담았다

산들바람 간지럼에 넝쿨손 내밀어 향기 솔솔
산새들 줄지어 날아
입안에 맴도는 달콤한 유혹

그윽한 흑진주 너의 향기에 취한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진주 빛 포도」는 포도가 익어가는 과정을 자연의 풍경과 농부의 정성으로 아름답게 형상화했다. 첫 연의‘맑은 물’‘산새’‘개구리 노래’‘지리산’은 청정한 자연의 이미지를 불러오며,‘주렁주렁 가을 담으려 봄을 심었다’는 봄에 뿌린 정성이 가을의 결실로 이어지는 농사의 순환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오동통 아기 순 엄마 젖꼭지 물고 나온다’는 구절은 포도알이 맺히는 모습을 생명의 탄생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어‘색동옷 갈아입은 포도송이’‘오색 향기’는 포도가 익어가는 모습을 시각과 후각의 이미지로 풍성하게 살려냈다. 자연의 바람과 비, 햇살을 견뎌낸 포도송이에 농부의 땀과 시간이 함께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의‘그윽한 흑진주 너의 향기에 취한다’는 표현은 잘 익은 포도를 보석 흑진주에 비유하여 시적 여운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전체적으로 자연과 농촌의 생명력, 결실의 기쁨을 밝고 감각적인 언어로 담아낸 시이다. 특히 포도 한 송이를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 봄의 기다림과 여름의 땀, 가을의 풍요가 빚어내 보석으로 바라본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저작권자 주)전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