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e-전라매일 |
|
“추워서 못 가요.”
유치원 차에서 졸고 있던 오세 아이가 차에서 내려 꼼짝 않고 섰다. 내 손을 잡고 오빠를 기다린 삼세는 손을 빼려고 계속 팔을 돌린다. 오세에게 열 걸음 앞에 있는 아동대기부스에서 쉬다 가자고 해도 추워서 갈 수가 없다며 그냥 멍하니 서있다. 그 사이 삼세는 손을 빼더니 다행히도 대기실로 들어갔다.
순간 오세가 내달려 계단으로 총총 올라가 버린다. 추워서 걸을 수가 없다던 아이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했다. 삼세를 대기부스에서 데리고 나와 계단으로 가자니까 계단 아래 있는 엘리베이터(1층짜리)를 탄단다. 아이가 직접 버튼을 눌러가며 한 층을 올라가니 오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얼른 건물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펴보니 사람들 사이로 뛰어가는 오세 모습이 가물가물 멀어진다. 급한 맘에 소리 높여 오세를 불러 보지만 아이는 더 멀어져 다시 건물 모퉁이를 돌아간다. 시야에서 멀어지니 맘이 급하다. 삼세에게 ‘오빠 따라 가자’고 했더니 오히려 뒷걸음질을 친다.
상황을 모르는 삼세는 출발점으로 다시 가서 계단으로 올라오겠단다. 그 요구를 들어 줄 여유가 없다.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려면 5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일단 삼세아이를 내 등에 업었다. 앞으로 달리니 삼세는 눈치를 채고 빠져 나가려고 몸을 꼬면서 운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더 굽히면서 달렸다. 숨이 차지만 멈출 수가 없다. 겨우 모퉁이를 돌아서서 보니 다행히 오세는 입구 계단을 올라 출입문 앞에 서 있다. 계단 앞에서 가쁜 숨을 쉬며 아이를 내려놓았다. 계단을 가리키며 그리 가자니까 아이가 바라는 계단이 아니니 오던 길로 간다. 먼저 도착한 오세는 춥다고 아우성이다. 다시 삼세를 달래 내일은 계단으로 올라오자며 손가락을 걸어 약속하고 출입문으로 들어섰다.
삼세를 울린 것이 맘에 걸린다. 가급적이면 아이들의 의사를 따라주려 노력한다. 오세가 먼저 뛰어가지 않았다면 오늘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에게 인사도 하며 아이들이 묻는 말에 답하면서 느린 걸음으로 걸어서 왔을 것이다. 지난여름에는 아이들이 화단을 기웃대며 나비, 잠자리를 찾고 장마철엔 지렁이를 만나면 신기해 환호성을 질렀다. 가을에도 바닥에 기어 다니는 개미를 찾고 거미줄에 걸린 거미를 바라보다가 집으로 오는 길이 즐거웠다. 오늘은 우리에게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이다.
한숨 돌리고 탄 엘리베이터에서 삼세의 한 마디에 다시 무안한 순간이 생겼다.
“애는 누구야?”
택배기사가 함께 타고 있다. 모자를 눌러쓰고 검정마스크를 하고 상자를 들고 있는 모습이 피곤해 보인다.
“고마우신 택배아저씨예요.”
아이들은 장난감, 과자 등을 택배아저씨가 그냥 가져다주는 줄 알고 있다. 엊그제 장난감을 택배아저씨가 가져왔다고 자랑을 했던 것을 기억시키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살짝 곁눈질로 택배기사를 보니 눈웃음이 보인다. 이제 말을 배우는 아이의 귀여운 한마디에 피곤을 잊고 미소가 지어졌으리라.
3시간 동안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동물놀이, 숨바꼭질, 팽이 돌리기 등 신나게 놀고 돌아올 시간이다. 이제 가겠다고 하니까 삼세가 묻는다.
“할머니 집에 가서 뭐해요.”
밥도 먹고 잠도 잘 거라고 했더니 여기서 자기랑 같이 자고 가지 마란다. 오늘도 아이와 눈높이가 맞았나 보다. 이제부터는 엄마랑 같이 놀라고 말하니 배꼽인사를 한다.
애교 섞인 한마디가 나의 고단함을 씻어준다.
/황 점 숙
전주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