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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수어장대守禦將臺가 눈에 어린다. 남한산성은 현재 경기도 광주시 일원에 걸쳐있다. 50여 년 전 필자는 그 당시 광주군에 위치하고 있는 군부대에서 복무하면서 휴일이면 자주 오르내리던 곳이었고, 치욕의 역사가 똬리를 틀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젊은 시절 혈기 왕성한 군인으로서 감회가 자못 비장하기까지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조선의 도성인 한양의 방어를 위하여 축조된 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1636년 청나라의 황제는 조선에게 신하의 나라가 될 것을 요구하며 병자호란을 일으키게 된다.
당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였으나 청나라의 10만 대군에 둘러싸여 수많은 조선 군대와 백성들이 살육을 당하고 47일간의 전투 끝에 백기를 들고 왕은 가장 낮은 계급의 평민이 입는 푸른색 옷을 입고 지금의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삼전도까지 걸어 나가 청나라의 황제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이마에 피가 나도록 머리를 아홉 번 조아리며(三拜九叩頭禮) 항복의 예를 갖춘 굴욕의 현장이기도 하다.
“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 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통곡하고 있다.
우리는 오천 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침을 이겨내고 살아낸 민족이다. 셀 수 없는 민초들의 죽음과 우국충정의 기개를 가진 시대의 영웅들이 없었던들 이 땅이 온전할 수 없었음을 잘 안다.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선열들의 뜨거운 피와 용기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였지만 국내‧외적으로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경제를 비롯한 외교, 안보는 물론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민생과 실업, 부동산 문제의 해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40여 일이 지났다. 북한은 수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으나 지방선거가 끝난 정치 현실은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대통령 또한 집무실 이전이나 인사에서 보여준 불통과 아집 등 국정 운영 전반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당리당략이 아닌 우국충정의 마음으로 통합과 협치를 통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헌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과감한 혁신과 개혁을 실천하는 정부의 의지와 정치인들의 성찰, 국민적 통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이 내 빈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