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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 가지 않는 길을 찾아서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2.07.07 18:21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길에서는 하늘을 볼 수 없다. 양산을 들고 걷기도 하지만 긴 시간을 걷기에는 매우 힘들다. 하늘을 우러르며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우리의 삶은 많은 길들을 찾아 걷고 또 걸으면서 나도 모르게 쌓여가는 응어리들을 쓸어내리는지도 모르겠다. 편백나무숲은 울창한 나무바다를 이루고 있어 걷기 좋은 길로 알려져 있다. 죽림리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은 가족 단위로 찾아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쭉쭉 뻗은 나무 사이에 벤치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비어 있다가 오랜만에 북적이고 있었다.
치유의 숲길과 통문으로 가는 길, 두 길에서 나는 사람의 발길이 적은 통문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길은 윗길과 아랫길 둘레 길과 숲 속 길이라 이름 붙어 어느 길로 들어서도 좋지만, 통문이라는 그 길이 좋았다. 숲 속은 온통 그늘이어서 시원하다. 벌써 걷기만 하여도 땀이 흐르는 계절, 그늘은 잠시 쉼을 주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는 길’은 한 사람이 숲 속을 거닐다가 두 갈래 길에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을 택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시는 많은 해석이 따랐는데 선택을 잘하여 좋았고, 다른 길은 다음에 꼭 가보리라고 시인은 말한다. 평론가에 의해 시는 해석을 달리 할 수 있지만 작가는 “그거 그냥 산책하다가 끄적인 거요.”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고 한다. 두 길을 한 번에 다 갈 수 없어 남들이 가지 않아 낙엽이 쌓인 길을 갔다는 이야기처럼 나도 사람이 자주 가지 않는 오솔길 풀이 많아 좁아진 길을 찾았다.
그늘진 길은 푸석하고 먼지가 날리고 있었지만 숲 속의 친구들은 잘 견디고 있었다. 편백나무 아래 관목들은 싱그러운 잎을 반짝이고 빽빽하여 그늘을 드리웠다. 길 양쪽엔 질경이가 발끝에 밟혔고, 고마리 풀은 바짝 키를 세워 나도 여기 있다고 망초꽃도 하얗게 올라오고 들풀들은 낮은 곳에서 숲을 정화하려 한참 작업 중이다.
숲 속으로 들어가니 어느새 작은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풍경과 새들의 지저귐, 나도 이 고요한 숲 속에서 나를 반겨주는 바윗돌을 찾아 잠시 쉬었다. 삼림욕은 편백나무숲이 제격이다. 오르면서 흘렸던 땀을 식혀주는 피톤치드는 식물이 박테리아 곰팡이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다. 편백나무 이외에 소나무, 잣나무도 이에 속한다. 자연 그대로의 산길에 잘 가꾸어진 편백숲은 산책하는 이에게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주어 더욱 좋다. 그날의 산책길이 좋아서 좋은 생각으로 가득 차고 돌아오는 길이 가벼워서 자주 찾기로 마음먹었다.

/김은유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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