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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장부 용감한 여자, 고마운 여자, 지독한 여자 중 ‘참으로 ‘무례한 이별’이었다. 5월16일 대통령이 새 정부 질병관리청장으로 낙점 소식이 일려지고, 이튿날 오후 2시께 갑자기 보건복지부 기자 단체대화방에 정은경 청장의 퇴장을 알리는 이임식 공지가 떴다. ‘별도 언론공개 일정 및 자료는 없습니다.’ 그리고 정 청장은 마지막 공식 일정은 국회 보건복지부 전체회의로 마지막까지 정치방역 논란과 싸웠다. 그리고 책임감 있는 그녀답게 담담하고 당당하게 질병청 직원들을 다독였다. “책임감은 무겁게 가지되, 더 자신감을 갖고, 서로를 격려하라.” ‘K-방역의 상징’이었던 정은경 청장은 이런 짧은 이임사를 남기고 그렇게 국민들과 질병청을 떠나갔다. (한겨레 프리즘 황춘화 칼럼 중)
그녀가 국민들 앞에 처음 선 것은 TV라는 매체와는 어울리지 않은 화려함이나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마음이 착한 아줌마로, 옆에는 당신의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깔끔한 수화 통역자를 옆에 세우고 담담하게 무미건조한 말투로 지금 세상에 불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인류의 대재앙을 마치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다섯 손가락을 꼬박 꼬박 세듯이 설명하면서 그 무서운 인류 재앙을 맞게 하였다. 그 후에도 변함없이 또박또박 호들갑떨지 않고 찬찬히 국민들의 수많은 입과 귀를 설득해 나갔고, 지금까지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규제와 간섭을 설득력있게 펼쳐 나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아줌마 리더쉽’을 발휘, 그녀를 중심으로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던 질병청 직원들과 의료진, 보건 실무자들은 전 세계까지 깜짝 놀라게 한 방역 성과를 냈다. 지난 5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초과사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초과사망자(기존 사망자 수 예측치에서 질병 대유행으로 늘어난 사망자) 수는 6명이었는데, 반면 미국과 유럽 국가 등 선진국이라 자처하는 그들은 10만명당 초과사망자 수는 100명을 훌쩍 넘겼다. 이 초과사망자 숫자는 감염병 확산 억제력과 보건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녀의 이러한 독특하고 따뜻한 그러면서도 정확한 리더쉽 덕분에 미국 블룸버그 신문에서 정은경 청장에게 Virus Hunter(바이러스 사냥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고, BBC가 선정한 2020년 ‘올해의 여성 100인’에 한국인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고, 미국 타임지 역시 2020년 선정한 ‘올해의 100인’중 한명으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타임지 선정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추천사를 써서 보냈다고 한다. 더욱이 자랑스러운 점은 1965년 7월 9일 (57세) 전라도 광주 출생으로 전남 광주시의 전남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전라도가 자랑할 수 있는 분이다. 그녀는 2000년 국립보건원에 근무할 때 홍역 유행 예방접종 지침 수립에 기여했고, 2006년 AIDS 바이러스에 의한 혈액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본부로 이동해 혈액장기팀장으로서 혈액관리 체계개선을 전담했고. 2009년 질병정책과장을 역임하면서 신종플루 대응, 2014년 질병관리본부로 이동해 메르스 대응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 명실상부한 공중보건의 대들보가 되어갔다. 코로나 사태 시작부터 계속해서 직접 국민을 설득한 고마운 그녀는 첫 TV할 때 검은 머리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흰머리가 점점 늘어나더니, 결국 완전히 백발이 되어버렸고, 두툼한 아줌마 패션의 건강한 체구가 거의 반쪽이 되다시피 해서, 도리어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건강을 더 걱정해주었다. ‘2021년 6월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이 공개되자, 그녀가 쓴 한 달간 사용금액은 399만 5,400원으로 이 중 7건은 분식집과 도시락 가게 등 저렴한 식당이고, 나머지는 카페와 빵집 등에서 10건을 썼다. 식사 장소도 질병관리청이 있는 충북 청주시 오송역 인근과 국회가 있는 여의도 인근으로 온라인에서는 ‘고생 많은데 더 맛있는 걸 드시라’는 응원과 격려 댓글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녀가 떠남을 ‘무례한 이별’이라 말들 하지만 더 무례한 것은 그녀의 수고와 헌신이 만들어낸 성과 대해 최소한으로 고마움의 자리가 있어서야 하였는데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한 마디 칭찬도 없이 갑작스럽게 하차시킨 그 무례함은 놀랍다. 아직 코로나가 진행되고 있는 순간에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진 그녀의 존재와 놀라운 성과에 대해 온 국민의 한 사람 한사람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그 고마움에 대한 사랑의 국민훈장을 드려야 될 듯 싶다. 그래서 그녀가 떠난 이후 다시 재유행하는 방역 정책의 빈자리가 더욱 더 허전할 뿐이다. 고마운 여자 정은경 전 질병청장 참으로 복되어라. 그대는 아마 전생에도 나라를 두 세 번은 구한 여자일 것이다.
/최공섭
프리랜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