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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눈] 원두막에서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2.08.21 17:35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수박 참외라고 하면 여름 과채류 중에 단연 으뜸이다. 7월 8월 한여름에 무더위를 이기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고 전해오는 풍습도 많지만, 논밭 가의 외딴 원두막이나 마을 정자에 모여 앉아 금방 따낸 수박이나 참외를 쪼개어 먹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겹고 시원하다.
삼복의 여름에 숨통을 조이는 더위를 견디는 풍습으로 이웃 친구들과 어울려 시원한 갯물이 흐르는 강으로 천렵을 간다든지 아니면 삼계탕이나 보신이 될 만한 탕국을 먹으러 간다든지 하는 것은 상례였고 요즘은 바닷가 해수욕장이나 먼 이웃 나라로 피서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간다.
그러나 작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푸르른 산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쐬면서 자연 에어컨으로 땀을 식혀가면서 가끔 떠오르는 시상을 정리하고 독서를 즐기는 것으로 이 계절을 넘기는 나로서는 잘 익은 수박 한 통 참외 한쪽이 그야말로 보약 같은 귀물이 아닐 수 없다. 하여, 나도 올해에는 그동안 바쁜 일상의 관계로 해마다 미루어왔던 수박과 참외 한 판 정도를 심었다. 그런데 여린 모종을 심은 지 60여 일이 지난 지금 엉기어 뻗은 넝쿨 마디에 수박과 참외가 제법 열려서 곧 따먹어도 될 만큼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내가 자란 고장은 산골 마을이어서 수박, 참외 등의 과채류를 많이 재배하지 않는 지역이다. 그 대신 도시 사람들과 동일하게 요즘 같은 여름철이나 잔칫날에 시장 마트에 가서 돈을 주고 사다 먹는 것이 보통의 일상이었다.
그리고 수박과 참외 씨를 심어도 농사가 잘되어 수박 통이 요강만 하게 크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밥그릇 같거나 주먹 하나만 한 참외를 따게 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내가 올해 심은 수박이 작은 꿀단지처럼, 참외 하나가 밥그릇만 하게 열린 것이다. 참으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이 수박 참외들을 밭에서 따내지 않고 정원의 화초처럼 언제까지나 넝쿨마다 매달아 놓은 채 그 자리에서 바라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것은 요즈음 수박 참외 종묘가 옛날보다 많이 개량되어 재배하기가 좋아진 연유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나는 오늘 제 잎 제 그늘에서 삼복의 더위를 견디며 따가운 여름 햇살을 즐기는 수박 참외를 바라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용주 시인
전북시인협회 무주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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