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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은 피붙이에 대하여 각별한 것 같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이 유전자 근친도가 높은 핏줄에 연연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히 우리의 전통적 정서는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처음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희열과 설렘으로 흥분을 감출 수 없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로 손녀딸은 고등학생이 되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견주어 알 수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유난히도 잘 따르던 손녀딸은 이제 공부에 매달리며 좀체 시간을 낼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켜켜이 쌓아온 추억들을 하나씩 들춰보며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는 것으로 만나는 즐거움을 대신하고 있다.
한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왕래가 뜸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수업은 물론 학원에 매달리며 좀체 짬을 내지 못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휴일에 시간이 나게 되면 수면 부족을 벌충하느라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다. 한참 뛰고 놀아야 할 시기에 입시 준비에 매달려 정신없는 아이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손녀딸과 극장에서 처음 영화를 관람하게 된 것은 녀석이 6살 때 서울의 모 백화점 영화 상영관으로 기억이 난다. 공룡을 소재로 한 ‘점박이’란 애니메이션이다. 백악기 시대의 ‘타르보사우루스’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재앙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모습과 ‘티라노사우루스’ 애꾸눈과의 왕위 쟁탈전을 벌이는 흥미진진한 영화였던 것 같다.
그 뒤로 우리는 ‘도라에몽’ ‘겨울왕국’ 등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는데 어느 날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구름빵’ 콘서트를 보여 달라고 떼를 쓰는 바람에 녀석을 데리고 동숭동에 있는 대학로 소극장을 찾게 되었는데 재미가 있었던지 한 시간여 동안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몰입하며 집중하던 기억이 난다.
녀석은 정말 구름빵을 먹고 구름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난 언제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까?” 하며 그 커다란 눈으로 할아버지를 빤히 쳐다보던 녀석의 앙증맞고 천진했던 표정이 생생하다.
그뿐 아니라 도쿄의 ‘디즈니랜드’와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튜디오’는 물론 국내의 놀이시설을 섭렵하며 가졌던 잊지 못할 추억들과 성장 과정에서 교감하였던 애틋한 정은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아 필자의 여생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다.
/이내빈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