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에서 남자친구의 집에 불을 질러 그를 사망하게 한 40대 여성이 항소심 재판에서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형량 감경을 요구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양진수)는 20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42·여)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지난 5월 새벽, 전북 군산의 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함께 술을 마시던 남자친구 B(30대)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항소심에서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알코올의존증(알코올중독)을 앓고 있었으며, 사건 당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왔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술을 마시던 중 B씨에게 폭행당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잠든 사이에 불을 질렀고, 범행 이후 구조를 시도하지 않은 점에서 살인의 고의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수사 결과, A씨와 B씨는 2019년부터 약 5년간 연인 관계를 유지하며 폭력과 갈등이 이어져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씨는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며 "인간의 생명을 침해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엄중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사과나 용서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주장에 따라 정신감정을 포함한 추가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A씨의 다음 재판은 내달 4일 오전 10시 40분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