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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칼럼-‘전라도김치’나 ‘전주지’ 무료 김치서비스 SNS플랫폼을 열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4.11.21 15:23 수정 2024.11.21 03:23


최공섭
프리랜서 PD

“시한에는 김장이 가장 큰 양석여” 추운 겨울에 가장 중요한 양식이 되는 김장, 이 김장을 올해 구순이 넘는 어머니가 여전히 고집을 피우신다. 거동도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스무살에 시집와서 70년이 넘는 평생을 해온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걸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김치를 어떻게 사다 먹는다냐. 나도 먹어봐서 아는디 한번은 먹을만 해도 두 번짼 젓가락이 안 가드라. 시한내 어떻게 살라고 그려”
김장을 하는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다. 앞내에 정히 씻어 염담을 맞게 하고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들이요 바탕이 항아리라(조선시대 농가월령가 중에서)’ 마땅한 겨울 채비로 김장은 우리의 오랜 먹거리 습속이니 하루 아침에 슈퍼나 시장에서 사다 먹는 김치로 겨울 끼니를 때우기는 구순의 어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하자 마자 일찍 부모를 떠나 서울살이를 하는 중에 잊어버렸던 어머니의 진한 전라도 김치맛을 4년 전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을 모시게 된 귀향부터 그 소중한 김치맛을 다시 찾아내게 되는 행운을 가졌다.
“고랭지서 키운 진안 배추가 좋아야”하시며 수십 포기의 김장배추나 무우를 단골 장사꾼으로부터 사고 최소한 이태 전에 사놓아 간수를 잘 뺀 신안소금으로 배추 절이기부터 꼼꼼하게 준비하시는 김장은 가장 먼저 젓국 달이기부터 시작하셨다. 그냥 편하게 시장에서 파는 멸치액젓이나 참치액젓, 까나리액젓등 좋은 상품이 널려있는지만 기어코 그해 봄에 사서 장독대에 갈무리해 두었던 황석어 젓을 달이는 것부터 시작하셨다. 마당에 솥을 걸고 한나절 이상 장작불을 때 졸이는 젓국을 다시 생선 뼈같은 것을 걸러내기 위해 밤새 채에 바쳐 맑는 액젖을 만드셨다. 이 황석어 젓국을 달이는데 그 고약한 냄새는 온 동네에 진동을 해서 걱정이 되었지만 어머니의 오래된 김장준비를 그저 동네 사람들은 호호 웃으며 구수하네라는 덕담까지 던지며 눈감아 주셨다. 여기에 미나리 갓 마늘 파 생강 고춧가루도 매운 것과 순한 것, 참깨 들깨와 같은 향미가 있는 부재료까지 깐깐히 준비하고 간수 뺀 신안소금과 서해안 황석어 젓국에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추는 전라도 어머니의 김장, 다시마 마른 새우, 디포리와 푸짐하게 양파와 대파뿌리까지 넣어 고은 기본 육수에 찹쌀죽을 섞어 버무리는 김장김치는 전라도의 산과 들, 바다에서 나는것들이 함께 어울어지여 익어가는 종합식품이다. 참으로 거창한 일 년 먹거리 행사로 귀한 전라도 김치가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귀향이었다.
이렇게 구순이 넘는 어머니가 보여준 김장을 시작으로 오래전부터 전라도에 간직되어온 음식문화는 더욱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실감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제 아무리 서울이 좋아도 오지게 비싸기만 하지 젓가락은 댈만한 음식이 많지 않어야”라고 투덜거리는 전라도 어머니들의 핀잔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전주 비빔밥을 시작으로 눈이 휘둥그레한 푸짐한 전주 한정식 한상차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계란 수란이 곁들인 콩나물 국밥, 넉넉한 막걸리 한 사발에 따라 나오는 수십가지 반찬은 모두 수 천년을 이어온 넉넉한 전라도 음식문화인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이모, 누이, 아저씨, 오빠가 만들어내는 풍성하고 알찬 먹거리전통이다. 우리네 밥상의 기본인 김치만 해도 때마다 철마다 다양한 식재료를 써서 밥상에 올려낸다. 겨우내 시어진 김장김치가 입에 물릴 봄이 되면 논둑에 냉이를 캐서 쌉싸름한 냉이무침으로 입맛을 돋우고 고들빼기김치를 담아 입맛을 살려낸다. ‘김치’는 보통 일반 명사지만 전라도 엄마들이 부르는 이름을 더욱 쉽게 ‘지’라는 고유명사로 부르는데 배추지, 무수지, 고들빼기지라고 부른다. 여름이 되면 얼가리 배추가 나오면 얼가리배추지에 이어 알타리무우지, 향채가 진한 깻잎지, 고추잎을 따서 담는 고춧잎지, 고구마순을 다듬은 고구마순지등 지천에 널린 다양한 채소나 식자재로 김치, 바로 ‘지’를 담아 먹는 게 전라도 어머니들이다.
2008년 미국의 유명한 건강 연구지 ‘헬스지’ 게재한 기사에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틸콩, 일본의 낫토와 함께 한국의 김치’가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하고, 2013년 12월 5일,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김치가 신체 면역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김치를 섭취하는 외국인이 부쩍 늘어났다. K팝, K드라마에 이어 K푸드의 대표적 음식으로 김치가 전 세계적 유행하게 되고 어떤 나라에 가서도 김치를 찾는 게 어렵지 않게 되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김치 수출액은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래 성장세를 유지하고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달러(약 1062억원)에서 2023년 1억5560만달러(약 2091억원)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국 역시 92개국으로 사상 최대다. 국내 포장김치는 국내 대기업들이 일찍부터 뛰어들어 2021년 기준 포장김치 시장은 대상(주)이 42%의 점유율로 1위, CJ제일제당이 38%의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다. 대상은 ‘종가집’이란 브랜드로 1988년부터 시장에 진출했고, CJ제일제당이 2000년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 비비고김치로 일찌감치 수출과 국내 유통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풀무원 김치, 동원의 양반 김치, 농협 공동브랜드 아름찬김치, 아워홈 김치, 홍진경 더김치, 진안부귀농협 마이산김치, 안동 학가산 김치등 다양한 김치상품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팔리고 있지만 구순의 전라도 어머니의 입맛에는 쉽게 젓가락이 가지 않는다. 막강한 자금력과 설비, 이런 마케팅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틈새가 바로 전라도 어머니들이 만든 것 우리네 ‘전라도김치’ 아닌가? 전주시내 어떤 음식점이든 이런 포장김치를 내놓는 식당은 많지 않다. 그것은 최소한으로 전라도 어머니와 아저씨들의 음식에 대한 차원이 다른 입맛과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고유한 맛과 멋을 지닌 전라도 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와 같이 대기업의 거창한 자본과 기술로도 따라올 수 없는 전라도 김치의 ‘맛과 멋을 버무린 전주김치’나 ‘임실 아삭아삭 김장김치’ ‘진안 부귀농협 마이산김치’부터 내 어머니둘이 소박한 김치까지 원하는 누구에게나 그 맛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량생산되는 김치가 아니라 바로 우리 어머니의 손맛과 전라도 아저씨, 전주누이, 진안 삼촌들의 정성과 비법이 담긴 김치를 ‘전라도 김치’라고 해도 좋고 고유어로 ‘전주지’라는 SNS플랫폼을 만들어 누구에게나 함께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각 가정의 식탁에 전해줄 수 방법 말이다. 전북자치도나 전주시가 주관하여 ‘전라도 김치’ ‘전주지’ 공익적 무료 SNS 플랫폼을 개설하여 누구나 개인 맞춤형 공익 김치서비스 플렛폼에서 개인 간의 맞춤 거래를 할 수 있는 공익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단순히 중개, 유통하는 쿠팡이나 배달의 민족, 요기용등 배달 플랫폼 서비스업체는 수수료를 포함 배달료까지 무려 구매가의 30%이상을 소상공인에게 부담시키는 불합리함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자치도와 유력한 지방자치단체가 무료 SNS 서비스 플랫폼을 열어 부당한 수수료 없이 운영되는 ‘전라도김치’내지는 ‘전주지’ 무료공익 SNS플랫폼을 열어 운영하는 것이 전라도김치를 누구에게나 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런 공익 서비스는 일년 내내 모바일 클릭 한 번으로, 전화 한 통으로 우리 어머니들의 전라도 맛있는 김치를 나눌 수 있다. 현재 기존 택배 시스템이나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로도 필요한 때에 별도 대행 수수료 없이 빠르고 쉽게 전할 수 있지 않은가? 대기업의 종가집 김치나 비비고 김치가 아니라 바로 우리 전라도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천년의 맛을 지켜온 전라도김치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진짜 맛나야 우리집 지(김치)가 최고여” 이런 어머니의 정성과 감탄을 담아낸 ‘전라도 김치’ ‘전주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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