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는 70번째 현충일인 오늘(6일), 국립서울현충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추념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와 국가유공자, 유족 등 4천여 명이 참석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뜻을 기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전국적으로 울려 퍼진 묵념 사이렌과 함께 고개를 숙여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추모했다.
이후 진행된 추념사에서 이 대통령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합당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나라, 모두를 위한 헌신이 가장 영예로운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며 “예우는 더 높이고, 지원은 더 두텁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참전유공자 배우자들에 대한 지원 사각지대 해소와 지원 강화, 빈틈없는 보훈의료체계 구축, 군 경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 현실화 등 보훈 정책 강화를 약속했다.
특히 “제복 입은 민주시민들이 국민을 지키는 동안, 대한민국은 군 장병과 경찰, 소방공무원들을 지키겠다”며 이들의 복무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날 현충탑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던 김혜경 여사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포착돼, 현충원의 엄숙한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행사장에서는 이 대통령이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자 손을 꼭 잡고 20초 이상 자리를 떠나지 못하며 위로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민들은 “대통령이 보여준 위로의 손길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고 말했다.
국립서울현충원은 1955년 7월 국군묘지로 처음 창설된 이후,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과 독립운동가, 경찰·소방공무원까지 안장 대상이 확대됐다. 현재는 4명의 전직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올해 4월 기준으로 19만8천여 명이 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충원을 찾은 박학근(75) 씨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 전투 중 전사한 전우의 묘를 찾은 지 50년이 넘었다고 했다.
“같은 전투에서 전사한 친구입니다. 해마다 올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예전에는 부모님도 함께 오셨는데, 이제는 월남 전우들만 찾아와 참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현충일인 오늘은 현충원 내부로 차량 진입이 통제됐지만, 인근 임시주차장 7곳에서 셔틀버스가 운행돼 시민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대통령 묘소 등 주요 묘역을 도는 내부 셔틀버스도 평소보다 수시로 운행됐다.
가족 단위의 시민들은 손에 손을 잡고 현충탑 앞에 헌화하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현충일의 의미를 자녀에게 전해주기 위해 현충원을 찾은 시민 김민재(43) 씨는 “아이들에게 이 땅의 평화가 어떻게 지켜져 왔는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오늘만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느낍니다”고 말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현충원, 광주 망월동 묘역 등 전국 각지의 현충시설에서도 추념식과 묵념이 이어졌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희생과 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념사를 마치고 헌화·분향을 통해 다시금 참배의 뜻을 전했다.
현충원의 조용한 묘역에는 아이들의 작은 발소리와 어르신들의 묵념 소리가 이어졌다. 대통령의 “숭고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과 예우를 다하겠다”는 다짐은 이날 시민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잊지 않겠습니다.’ 현충일 아침, 이재명 대통령과 시민들의 추모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그만큼 뜨거웠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이들을 향한 국민의 마음은 오늘도 한 목소리로 이어졌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