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사설/칼럼 사설

사설 - 지방선거 ‘출마의 명분’과 ‘지역의 비전’이 먼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6.11 11:34 수정 2025.06.11 11:34

대선이 막을 내리니,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내년도 지방선거를 향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인사들은 물론, 조용히 물밑 작업을 이어가며 기회를 엿보는 예비 후보군도 상당수다. 대선 과정에서 함께했던 조직과 지지 기반을 재편하고,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등 외연 확장을 위한 발걸음이 분주해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행사마다 입지자들의 얼굴이 빠지지 않고, 각종 SNS 채널을 통한 ‘인지도 쌓기’도 치열하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되묻고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왜 출마하는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단지 당선이라는 결과를 목표로 하는 선거라면, 이는 지역과 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출마는 권좌를 차지하기 위한 통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선언이어야 하며, 그에 합당한 철학과 진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이 지역 발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지가 큰 과제다.
문제는 일부 입지자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학벌과 경력, 중앙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내세우며 시민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전북에 필요한 인물은 중앙의 그림자를 좇는 사람이 아니라 지역의 잠재력을 일깨울 수 있는 사람이다. 실질적 변화와 주민 중심 행정을 고민하는 진짜 리더가 요구된다.
전북은 인구 감소와 산업 정체, 청년 유출, 농촌 공동화, 의료 접근성 저하 등 복합적 위기 속에 놓여 있다. 여기에 기후 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산업 육성, 문화자원 활용 등 새로운 과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과, 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표만을 의식해 말만 앞세우는 공약 남발식 접근으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기 등판이 아니라 깊이 있는 숙고다. 출마 의지가 있다면 먼저 지역의 철학과 정체성부터 점검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추구해야 할 도시의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을 건너뛰고 표 계산부터 한다면 시민의 신뢰는 결코 얻을 수 없다.
정당 역시 반성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의 하위 개념으로 치러서는 안 된다. 단순한 줄 세우기 공천, 보은성 추천은 지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제는 당의 충성도가 아닌 지역을 읽는 능력,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자세,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심으로 인물을 선별해야 한다. 인물 중심 정치를 실현하려면 당보다 지역을 우선에 두는 철학이 필요하다.
유권자도 마찬가지다. 당선 가능성이나 외형보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 후보자의 진정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지역의 4년을 결정하고, 나아가 전북의 10년 후를 만든다. 선거는 후보자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 모두의 참여로 완성되는 과정이다.
지방선거는 단순히 누가 시장이 되고, 누가 도의원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 삶의 정책을 선택하는 과정이며, 우리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출마의 열기보다, 지역을 위한 진심이 담긴 고민이다.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 질문 앞에 모든 입지자는 스스로 답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주)전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