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 이희숙
작고 소담스런 오래된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한자리에 모여
묵힌 삶을 끌어안고 있다
세월의 먼지를 쓰고 추억을 껴안은 물건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형언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기억의 조명 아래 앞자락을 여미고
그 시절을 바라보며
조금 낡았을 뿐 늙은 것이 아니라며
묵묵하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문득
내가 잊고 있던 나를 만난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골동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더해지는 오래된 사물들을 통해 인간 존재와 기억과 삶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작고 소담스러운 오래된 이야기들’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여, 골동품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삶의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낸 서사임을 암시한다. 이 골동품들은 ‘묵힌 삶을 끌어안고’ 있고, 세월의 ‘먼지를 쓰고 추억을 껴안은’ 채로 과거의 시간으로 시인을 이끈다.
시 속의 골동품은 단지 낡은 것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을 품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로 인해 독자는 사물 속에 깃든 시간의 깊이를 체감하게 되며,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적인 ‘자기 발견’을 경험한다. ‘조금 낡았을 뿐 늙은 것이 아니라며’라는 구절은 나이 듦과 쇠퇴의 개념을 반전시키며, 오히려 삶의 흔적이 담긴 시간의 가치와 품격을 강조한다.
이 시는 단순한 향수나 감상에 머물지 않고, 골동품을 매개로 한 존재론적 성찰로 이어진다. 물건과 기억, 시간과 자아가 교차하면서, 독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잊혔던 ‘나’를 다시 만나는 결말은 깊은 울림을 남기며, 시를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의 장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