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생태, 이 두 가지 가치는 언제나 도시계획의 양날이었다. 그러나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이 균형의 추가 개발로만 기울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여름이면 폭염특보가 일상이 되고, 도심 곳곳의 그늘 하나가 생존의 끈처럼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도시의 나무 한 그루, 숲 한 자락은 단순한 조경을 넘어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생명 기반이다. 그렇기에 최근 전주시가 전주천 여울로 구간의 회화나무 70여 그루에 대해 강도 높은 가지치기(전정)를 단행한 것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우려를 단순한 정서적 반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문제는 시기의 부적절성과 절차의 미흡한 점이다. 전정이 진행된 것은 한여름, 나무가 왕성하게 자라는 생육기에 이뤄졌고, 꽃을 피우기 직전이라는 민감한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전정이 나무의 건강과 생태적 회복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구나 이 작업은 사전 진단 없이 일률적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 전주천변의 자연스러운 수형은 파괴되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던 도시숲은 앙상한 형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주시는 이번 조치가 태풍 등 재난에 대비한 안전 조치였다고 설명하지만, 그 명분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재난 대비와 생육기 전정은 양립할 수 없는 선택이며, 나무의 상태나 생육 환경을 고려한 과학적 접근이 선행되지 않은 채 ‘일괄적 가지치기’가 우선된 행정은 생태적 감수성이 결여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나무가 단순히 자르고 심고 교체하면 그만인 시설물로 여겨진다면, 도시의 생태 정책은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 더욱이 전주시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벌목을 시행해 논란을 빚은 전례가 있다. 전주천과 삼천 일대의 버드나무 300여 그루를 시민 설명회나 공청회 없이 제거했고, 그 여파로 감사기관의 경고까지 받았다.
덕진공원에서도 수백 그루의 나무를 이식·제거하고 그 자리에 조망 공간과 광장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도시숲을 단순히 ‘보기 좋은 조형물’로 인식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결과다. 자연은 통제와 교체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상대로서 이해돼야 한다.
지금 이 사태가 더 큰 논란이 되는 이유는, 전주가 전국 최대 규모의 정원산업박람회를 개최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정원을 논하고, 녹색 산업을 주도하겠다며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도시의 정체성을 정원도시로 내세우는 전주시가 정작 자산으로 삼아야 할 도시숲과 나무를 이처럼 함부로 다루는 것은 자기모순에 가깝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사목이나 빈자리에 새 회화나무 5그루가 보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나무 보호대 설치, 주변 토양의 생육 여건 개선, 수분 공급 등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관리계획이 동반됐을 때 진정한 생태도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 전주시가 도시숲을 대하는 방식은 앞으로의 기후정책, 환경정책 전반의 신뢰도를 좌우할 것이다. 정전은 단순한 미관 정비가 아닌 생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생명 관리 행위이며,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투명하고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지금 전주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늘 없는 개발’이 아니다. 나무와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 사람과 생명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더 늦기 전에 전주시는 도시숲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나무 한 그루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생태도시 전주의 자격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