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서 오랜 시간 헤어샵을 운영하던 오미정(49) 씨는 지난 2023년 9월, 유방암 판정을 받고 삶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곧바로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병마와 싸우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이어졌다.
특히 항암치료 이후 찾아온 관절 통증과 근육 약화는 손끝 하나 움직이는 일조차 쉽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
그러나 오 씨는 자신의 아픔에만 머물지 않았다.
전주 소재 여성 전용 암 치유 한방병원(W한방병원)에서 그는 같은 병실에서 투병 중인 환우들의 머리를 직접 밀어주고, 손질해주는 재능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누구보다 항암치료를 받는 이들이 겪는 신체적·심리적 고통을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머리를 밀기 위해 미용실에 가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해요.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고, 몇몇 미용사들은 항암환자들의 상태를 배려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가 말하는 ‘작은 손길’은 많은 환자들에게 정서적 위로이자 삶의 용기가 된다. 오 씨의 손은 아프지만, 그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환우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자신도 힘든 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병실 안에서 환우들을 위해 가위와 이발기를 드는 그의 모습은 ‘치유의 손길’ 그 자체다.
수십 년간 쌓아온 미용기술은 이제 병원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병동에서는 오 씨의 손을 거친 환우들이 하나둘 씩 거울 앞에서 당당한 미소를 되찾고, 서로를 응원하는 긍정의 기운이 퍼지고 있다.
특히 병원 측에서도 오 씨의 뜻에 공감해, 환우들의 머리를 손질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따뜻한 배려를 더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본인도 힘든 항암 휴우증으로 고생하시면서도, 환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모두가 감동하고 있다”며 “이런 선한 영향력이 병동 전체에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 씨는 “내가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아픔이 깊을수록 나누는 마음도 깊어진다는 걸 새삼 느낀다”고 조용히 웃었다.
그는 현재 투병을 이어가고 있지만, 병원 내 환우들을 위한 ‘마음 미용실’의 문은 매일 열려 있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