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적자 축소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고율의 관세 정책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전북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강태창(군산1) 의원이 도정질의를 통해 김관영 도지사에게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도내 기업들을 위한 특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전북의 지난해 총수출액은 63억6천만 달러. 이 가운데 미국 수출이 18.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자동차 부품과 철강, 농기계는 미국 시장에서 수출 상위 품목에 올라 있다. 그런데 이들 품목이 이번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수출 2, 3위를 차지하는 자동차 부품과 철강은 이미 고율 관세 품목으로 묶였고, 1위인 농기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은 전북 수출의 주력 산업을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북 수출 구조의 취약성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대기업의 존재감이 미미한 전북은 중견·중소기업 의존도가 높다. 이들 기업은 해외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거나, 단기간에 제품을 고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세계 시장의 격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체력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강 의원의 “특별한 대책” 요구는 매우 적절하다.
그렇다면 전북도가 마련해야 할 ‘특별한 대책’으로, 우선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통상 문제는 지방정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도가 도내 기업들의 피해 상황과 애로 사항을 면밀히 조사·집계해 정부에 전달하고, 관세 장벽을 완화하거나 예외 품목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협상 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업 차원의 경쟁력 강화 지원책이다. 단순히 관세 부담을 보전해 주는 식의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부품과 철강, 농기계 등 주력 산업의 기술 고도화와 제품 차별화를 지원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전북의 특화 산업인 농기계 분야는 친환경·스마트화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연계된 산학협력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동남아, 중남미, 중동 등 신흥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무역 지원 프로그램과 현지 네트워크 확충에 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농기계와 철강 같은 품목은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분야다. 시장을 넓히는 동시에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이 당장 겪고 있는 유동성 위기와 경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 관세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수출 중소기업은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긴급 경영안정 자금, 보증 확대, 무역 보험 지원 등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전북경제는 오랫동안 수출 기반 취약, 산업 구조 편중이라는 근본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미국발 관세 파동이 그 구조적 한계를 오롯이 보여줬다. 위기는 늘 약한 고리를 가장 먼저 위협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제적 대응’이다.
강태창 의원의 지적처럼, 이번 사안은 단순히 통상 환경 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경제의 존립과 직결된 중대 사안인 만큼 김관영 도지사와 전북도는 도내 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북이 또 한 번의 글로벌 통상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