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트럼프의 무역협상과 거래의 기술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에 대해 미국이 중국제품에 대한 대량관세로 보복하겠다고 하자 온세계 주식시장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대한 우려로 크게 출렁였다.
미국도 중국에 대해 반도체 수출제한 정책을 펴오고 있던 터라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중국을 비난할 명분은 없다. 이런 수출통제는 자국의 무역적자를 막으려는 보호무역정책의 틀을 넘어 타국산업의 필수품목 공급에 타격을 주려는 전략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이지 않은 무역정책으로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펜실베 니어 대학교 학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필자는 펜실베니어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 했다. 경제는 사람들 간의 주고받는 교역으로부터 시작된다. 국제경제학은 국가간 교역의 이점을 얘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트럼프는 자기의 학부 때 성적이 최상위였다고 주장하면서도 자기 성적을 공개하면 대학교에 소송을 걸겠다고 했다. 그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 때문에 사람들 이 체크해보니 성적이 상위권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런데 그의 성적을 체크해볼 필요는 없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의 경제정책을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성공적 사업가다.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거래상대방이 어떻게 되든, 국가경제가 어떻게 되든, 세계경제가 어떻게 되든, 자기만 돈 벌면 성공이다. 경제학은 개인이 돈 버는 것을 연구하지 않는다. 개인과 기업의 행위가 그리고 국가정책이 전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하려고 한다. 경제학자인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가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실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스스로를 협상의 달인이라고 말한다. 토니 슈워츠와 공저한 트럼프의 자서전 제목은 ‘거래의 기술’이다. 필자가 가장 많은 논문을 쓴 분야는 협상론인데, 합리적 거래자들 간 의 협상을 게임이론을 써서 분석한 것들이다. 필자의 협상론 논문들은 현실세계에서 협상하는 사람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현실세계에서 유용한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책에서 뭐라 했든 간에 필자가 관찰한 바 그의 거래의 기술 한 가지는 약자를 압박하여 몽땅 받아낸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에게도 약점이 있기 마련이어서 상대방이 그 약점을 치고 들어오면 자신도 손해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약자인 경우에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결국 물러서겠지만, 상대방이 맷집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저항할 수 있어, 이 경우에는 자신이 물러나는 게 상책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거래 의 기술을 쓴다.
한국도 지금 미국과 관세협상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트럼프 관점에서 한국은 약자인가 강자 인가. 당연히 약자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선은 너무 넓게 형성되어 있다. 약자들에게 둘러싸여 있긴해도 다수의 당사국들과 동시에 협상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필자가 연구한 협상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가 협상력을 결정한다. 하나는 시간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이고, 다른 하나는 협상결렬 가능성에서 오는 위험부담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점에서 유리하다. 모든 나라와의 협상이 잘못될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한 나라와 협상이 잘못되더라도 다른 나라와의 협상이 잘 되면 큰 문제없다.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과의 협상이 잘못되는 데서 오는 부담이 매우 크다.
경제학 교과서를 거스르는 미국의 무역정책 때문에 세계경제가 흔들거리고 있다. 이 국면이 지나가고 세상이 다시 정상궤도로 들어갈 날은 언제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