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들의 어깨가 힘없이 처져 있다. 올해 장사는 유난히 팍팍했다. “겨우 버텼다”는 말이 일상이 됐다. 손님이 줄어든 지 오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각종 공과금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빚으로 가게 문을 유지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고통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소상공인들의 불안은 절망에 가깝다. 체감 경기는 바닥을 기고, 소비 회복의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생계와 일터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이들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장의 위기를 수치로 확인해 준다. 응답 기업의 절반이 넘는 56.8%가 올해 경영환경을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내년 역시 비슷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63.1%에 달했다.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내수 부진’이었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자금조달 곤란, 원자재 가격 부담이 겹쳤다. 결국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비용은 늘고, 버틸 여력은 점점 소진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졌다는 의미다. 이는 개별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에 켜진 경고등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선택한 전략은 ‘공격’이 아닌 ‘방어’였다.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고, 판로 확대와 마케팅 개선이 그 다음이었다.
신사업 투자나 고용 확대는 사실상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가장 도움이 됐던 정부 정책으로 세금 감면과 납부 유예, 운전자금 지원이 꼽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성장 정책보다 생존 정책이 훨씬 절실한 현실을 보여준다. 당장의 숨통을 틔워주지 못하는 정책은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는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소기업의 77.7%가 금융 지원과 세금 부담 완화를 가장 시급한 정책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혜택 요구’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상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매출 감소와 무관하게 부과되는 각종 고정비와 세금은 경영을 옥죄고 있다. 내수 침체가 구조화된 상황에서 자영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사실상 시장 퇴출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상공인에게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라”는 추상적인 주문이 아니다.
소비를 살리고 숨을 고를 시간을 벌어주는 현실적인 처방이다. 지역화폐와 온누리상품권의 실질적 확대, 공공부문의 선제적 소비 집행, 임대료·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맞춤형 지원과 세제 완화는 더 확대해야 할 과제다. 단기적 처방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인력난과 노동 환경 변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소상공인은 경제의 말단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뿌리다. 이들이 무너지면 골목 상권이 사라지고, 지역 공동체의 활력도 함께 꺼진다. 내수와 소비를 살리지 못한 채 비용 절감만을 강요하는 정책은 결국 경제 전반을 더 위축시키는 결과로 돌아올 뿐이다.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희망 없는 버티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말이 아닌 실질적인 내수·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응답해야 한다. 지금의 선택이 내년은 물론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을 가를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