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인류는 오랜 세월 집단을 이루며 살아왔다. 인류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과학과 종교는 전연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까지 따지려면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규명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소수 가족 단위 생활에서 부족 단위로 넓어지며 국가의 형태로까지 발전한 것은 틀림없다. 목기 석기 철기시대로 발전하기까지 그들의 사회에서는 리더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거대한 자연에 맞서거나 순종하기 위해서 무속적인 점쟁이와 주술사가 리더 노릇을 했지만 다른 종족과의 패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을 필요로 했다. 군대를 만들어 그들을 훈련시키고 부족을 지킬 수 있는 장군이 있어야 했다. 장군은 막강한 권력을 소유하며 통치자로 군림하게 되었고 피지배자들은 세금을 바쳐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는 보험료를 바치게 되었다.
국가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주술사는 왕으로 바뀌고 혁명과 정변을 거치며 현대국가는 대부분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국민이 지도자를 뽑는다. 아직도 왕정을 유지하는 국가도 있지만 역사와 전통을 내세우며 입헌 군주국가로 형식만을 유지하는 나라가 많다. 마르크스가 내세운 공산주의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지만 북한을 제외하고는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정책을 도입하여 시장 경제주의로 변모했다. 공산주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러시아나 중국의 국가정책은 시장경제에 충실하면서도 정부 체제는 철저하게 공산 독재를 지향하고 있다. 북한은 김씨 일가의 세습을 원칙화하여 사실상 왕조 국가이며 남북 분단 이후80년이 되도록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세 사람의 세상이 되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형식상 대통령제와 주석제로 되어 있으며 임기가 정해져 있으나 법을 바꿔가면서 영구집권의 길을 닦아놨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대통령 중임제를 채택하였으나 이승만은3선개헌으로 4선까지 갔으나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과 국민의 궐기로 쫓겨났다. 4.19혁명이다. 그러나 장면정부를 뒤엎은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3선 개헌과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틀을 짰으나10.26사태로 시해를 당하고 민주화의 길이 트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3김의 분열로 신군부에게 정권을 헌납하여 전두환의 철권 독재 시대를 열게 된다. 전두환은 4년 임기 대통령제를 7년 임기로 늘리고 단임제로 끝마쳤으나5.18의 원죄를 보속하지 못하고 죽어서도 집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인간적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반면에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는 4.19혁명 유발과 5.16군사정변이라는 뚜렷한 정치적 과오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영웅처럼 떠받들고 있어 극명하게 대비된다.
길게 역사를 반추해 봤지만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재명의 장기집권론이다. 이재명은 대통령 선거 때부터 청와대 재입성과 대통령 중임제를 거론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취임 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용산으로 옮기고 관광객들로 붐볐으나 이제 다시 대통령궁으로 돌아갔다. 대통령 중 임 문제는 헌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기에 임기 초기여서 구체적인 거론은 없다. 그런데 이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막바지에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가 광주에 내려가 슬그머니 이재명의 임기5년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호남에 대한 이재명의 애정이 진짜 ‘찐’이라고도 말하여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결정적인 표를 몰아준 호남 민심에 호소한 형태다. 김민석은 아예 대놓고 “경제적으로 낙후한 호남 지역에 기여하고 싶다는 대화를 이대통령과 많이 했다”고 하면서 정부가 전남의 대부흥을 만들어 갈 때라고 강조하면서도 전북은 빼놨다.
대통령 선거는 아직4년6개월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총리가 나서서 군불을 지피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임기’문제를 공개적으로 내놓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승만 시절에도 국부(國父)로 떠받들며 그를 옹위하던 자유당은 12년 만에 철저하게 도태되었다. 박정희 외에는 대통령감이 없다고2인자 김종필을 깔아뭉갰던 세력은 18년5개월의 영화를 누렸지만 결국 역사의 죄인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장기 집권을 권력의 꽃으로 알면 꽃의 시듬조차 알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된다. 이재명의 정치가 참으로 국민을 위하고 공명정대하게 운영된다면 임기 말에 국민들이 일어나 ‘다시 한번’을 외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권의 2인자가 정권 초기에 나설 일이 아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권불십년(權不十年)은 진부한 경구가 아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권력자가 잊어서는 안 되는 확실한 좌우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