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효순
삶을 기반으로 꽃 피울 수 있는 문학이 수필이다.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다. 우주 만물에 소재와 주제가 있지만, 수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사회 현실에 변화하고 성장해야 할 시대이기도 하다.
올해 응모한 529편 중에는 젊은 세대 다수가 보여 반갑고 고무적이다. 일상에서 가치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수필도 많았지만, 전반적으로 가족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최종심으로 5편을 선정했다.
변재영의 ‘부지깽이’는 어머니와 부지깽이를 동일화시킨 표현능력이 탁월한 나무랄 곳 없는 작품이었다.
홍윤선의 ‘고(故) 주인공’은 시아버지와 친정아버지의 지난했던 일생을 담담하게 풀어낸 수작이었다. 최기재의 ‘인생 계산법’도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형제들을 두고 삶은 산수로 계산되지 않는다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김선자의 ‘거멀말’도 아픈 상처를 서로 보듬고 살자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둘레에서 객관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았다.
류한석의 ‘번인’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지금 우리의 도시를 거대한 디스플레이와 같다고 말한다. 문학에도 새로운 인식 AI와 공생이 필요한 시대에 이르렀다. 전 국민에게 노출되어있는 디스플레이 사회를 소재로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고민을 잘 풀어나갔다. 상처 입은 자를 위로해주는 가장 좋은 위로의 방법은 곁에 있는 이가 자신의 완벽함을 조금 헐어내어 눈높이의 결핍을 보여주자는 작가의 시선,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이 독창적이며 표현이 신선했다. 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았다.
변재영의 ‘부지깽이’와 류한석의 ‘번인’을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새로운 감각과 문체로 도전하는 것이 마땅할 것 같아 ‘번인’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최종심에 오른 분들에게도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