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못의 진술 - 채종성
벽에서 빠져나온 녹슨 못 하나
바닥에 누워 있다
누웠다는 말은 맞지 않다
못은 여전히
집을 세운 자세를 기억하고 있다
한때 이 못은
벽과 벽을 이어 붙들고
겨울이 안으로 들어오는 걸
몇 번이나 막아냈다
밤마다 나무는 팽창했고
못은 조금씩 몸을 비틀었다
비명은 없었다
대신 녹이 번졌다
망치가 떠난 뒤에도
못은 제 자리를 잊지 않는다
못이 빠진 자리에는
바람이 먼저 들어와
벽의 속살을 만진다
집은 곧바로 무너지지 않는다
대신
기울어야 할 방향을 배운다
말하지 않는 것들이
언제나 먼저 흔들린다
녹슨 못은
아직 아무것도 고발하지 않았다
다만
빠져나온 몸으로
집의 나이를 증언하고 있을 뿐이다.
<당선 소감>
가끔씩 글 공모전광고를 보거나, 겨울이 되어서 신춘문예응모기간이 오면 기대감에 도전 해왔었다. 그러나, 메모해 두었다가도 잊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제대로 완성하지 못해서 응모하지 못한 때도 많았다.
이번은 마지막 도전이 될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당선 연락을 받게 되었다. 얼떨떨한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조금 안정이 되자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을 비롯한 전라매일 신문과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인류의 오래된 노래 중의 하나인 시에는 사람을 일으켜 주는 그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시를 쓰고 읽으면서 늘 내가 먼저 용기를 얻고 내가 먼저 치유를 받는다.
이제 지천명의 나이를 지났지만 부족한 글 당선시켜 주신 것은 감사함과 겸손을 잃지 말고, 더욱더 열심히 쓰라는 뜻으로 이해를 했다.
상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