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북 이전론’이 중앙 정치권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해당 주장의 현실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의원은 이를 “불가능한 정치 구호가 아니라, 국가가 검토해야 할 리스크 관리 대안”이라고 규정하지만, 실제 이전 가능성은 몇 가지 전제 조건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의원 주장 가운데 사실로 확인되는 부분은 분명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아직 완성된 사업이 아니다. 장기 계획상 2050년까지 총 10개 팹을 조성하는 구상 가운데, 현재 실제 공사에 들어간 것은 SK하이닉스 1개 팹뿐이며, 나머지 다수는 토지 보상이나 행정 절차 단계에 머물러 있다.
행정적으로는 ‘불가역적 사업’이라기보다 ‘계획 변경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전력과 용수 문제 역시 구조적 리스크로 지적된다.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서는 대규모 전력이 필수적인데, 용인 지역은 송전선로 신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과 인허가 지연 가능성이 상존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345kV급 송전선로 1개를 구축하는 데 10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조건은 기업 입장에서도 중장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은 이 지점을 근거로 “이미 착공한 1개 팹을 제외한 나머지 팹을 전북으로 순차 이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새만금 일대의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과 추가 확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초기 단계 팹 몇 기를 수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북은 재생에너지 집적 계획과 산업용 부지 측면에서 수도권보다 유연한 조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 논리가 곧바로 ‘현실적 이전’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도체 공장은 개별 팹 단위로 나뉘어 있지만, 기업 전략과 공급망, 인력, 협력사 집적도는 수도권에 깊이 묶여 있다.
행정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과, 기업이 실제 이전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삼성전자까지 포함한 대규모 재배치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유인과 정치적 결단 없이는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안 의원의 주장은 ‘당장 이전이 가능하다’기보다는, 용인 중심의 반도체 입지 전략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가깝다.
이전론 자체보다도, 전력·에너지·RE100 대응을 포함한 산업 입지 재설계 논의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전면 이전을 현실화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용인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논의하자는 주장으로 본다면 충분히 정책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용인 반도체 이전 논의는 이제 ‘가능·불가능’의 이분법을 넘어, 수도권 집중형 산업 구조가 안고 있는 리스크를 어떻게 분산할 것인가라는 국가 전략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