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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북 건설산업 활성화 계획, 실행력으로 침체의 벽 넘어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3.05 13:18 수정 2026.03.05 01:18

저성장과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삼중고 속에 지역 건설산업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설은 지역경제의 체온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산업이다. 공사 현장이 멈추면 일자리와 소비가 동시에 위축되고, 지역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침체가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계획’은 침체된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핵심은 공공 발주 확대와 지역업체 참여 기반 강화다. 도는 상반기에 공공 건설공사 물량의 65% 이상, 약 3조 원 규모를 집중 발주·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100억 원 이상 대형 공사 61건에 대해 분기별로 지역업체 참여 현황을 관리하며 수주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활력 기반 조성, 보호·우대 제도 확대, 수주 지원과 민·관 상생협력, 경쟁력 강화라는 네 가지 전략을 통해 지역 건설업체가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우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과거에도 유사한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 대책이 여러 차례 제시됐지만, 실제 지역업체 수주 비율은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공공 발주 확대는 단기적으로 숨통을 틔워줄 수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와 자재비·인건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지속적인 산업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민·관 상생협력 역시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형 건설사와 지역 중소업체 사이의 힘의 불균형은 여전히 뿌리 깊다. 지역업체 참여 확대가 실제 하도급 물량 증가와 적정 공사비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계획은 형식적 참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성과 관리 또한 중요하다. 도는 시·군별 활성화 우수 인센티브를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확대하고 분할 발주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공공 발주 물량이 얼마나 지역업체로 연결되는지, 예산 집행률과 수주 실적이 얼마나 개선되는지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뒤따르지 않으면 정책 신뢰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특히 공공 물량이 특정 대형 업체에 집중되거나 형식적인 지역 참여에 그친다면 산업 생태계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적 경쟁력 강화 전략도 중요하다. 단순히 공사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기술력 향상, 스마트 건설 도입, 전문 인력 양성, 지역 기업의 설계·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등 구조적 경쟁력을 키우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지역 건설업체가 단순 하도급을 넘어 독자적 사업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새만금 국가산단 개발, 항공우주·방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굵직한 프로젝트의 파급 효과가 지역 건설업계로 제대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에는 또 다른 ‘기회 상실’로 남을 수 있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도는 분기별·연간 단위로 지역업체 수주율, 하도급 비율, 예산 집행률 등 구체적인 성과 지표를 공개하고 정책 추진 상황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또한 건설업계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점검 체계를 마련해 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즉각 반영할 필요가 있다.
지역 건설산업은 전북 경제의 뿌리이자 수많은 중소업체와 노동자의 생계를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다. 이 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도 살아난다. 이번 계획이 침체된 건설경기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선언적 정책으로 남을지는 이제부터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다. 말보다 행동, 계획보다 결과로 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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