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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인생길>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5.07 16:05 수정 2026.05.07 04:05

 
인생길 - 김성대

흐트러짐 없는 허송세월에
때때로 거칠어진 세상의 모든 풍파
견디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꾸물거렸어도 앞만 보고 달려왔단다

하루를 사는 게 호락하지 않지만
간절懇切 한 고심苦心 끝에
욕심을 버리다 보면
나를 알고자 할 때는
남을 보고 남을 알고자 할 때는
나를 먼저 보면 뜻을 이루리라

인생길 가다 보면 잘못을 거울삼아
쉽사리 달려와 보니
끊겨버린 신작로에서
포슬포슬 꿈꾸었던 사랑이
또 지워가는 낭만이
가벼운 발걸음에
쉴 새 없이 떨쳐내며 가고 있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인생길」은 삶을 단순한 직선의 여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다듬어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성찰적 시선이 돋보인다. 첫 연에서“흐트러짐 없는 허송세월”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무의미해 보였던 시간조차 삶의 일부였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꾸물거렸어도 앞만 보고 달려왔단다”라는 구절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삶의 태도를 인정하면서도, 끝내 전진해 온 인간의 의지를 느끼게 한다.
둘째 연에서는 삶의 핵심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 드러난다. 욕심을 내려놓는 과정에서‘나를 알고 남을 안다’는 통찰은 동양적 사유의 깊이를 떠올리게 하며, 자기 성찰이 곧 타인 이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복적 문장 구조는 의미를 더욱 공고히 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울림을 준다.
마지막 연은 인생의 불완전성과 상실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끊겨버린 신작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을,“지워가는 낭만”은 시간이 흐르며 사라지는 순수한 감정을 나타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가벼운 발걸음”으로 계속 나아간다. 이는 삶의 무게를 견디면서도 집착을 털어내려는 태도를 드러내며, 체념이 아닌 초연한 수용으로 읽힌다.
결국, 시는 지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갈 자세를 차분하게 제시하고 있다. 격정적인 표현보다는 절제된 언어로 인생의 본질을 드러내, 독자에게 자신의‘인생길’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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