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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농촌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돌파구는 있는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5.11 12:58 수정 2026.05.11 12:58

농촌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통계청과 전북특별자치도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 농촌 지역의 고령화율은 이미 45%를 넘어섰고, 55%를 웃도는 시군도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평균 연령은 68세를 넘었으며, 40대 이하 청년 농업인은 전체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농촌 노동력 부족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논과 밭은 일손 부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마을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고 있다. 농촌이 곧 소멸할 수 있다는 경고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장수군의 한 마을은 이 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마을 68가구 중 62가구가 70대 이상 고령 농가이며, 40대 이하는 단 3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일손 부족으로 벼 18ha와 고추 7ha를 경작 포기해야 했고, 수확철에는 인근 도시에서 단기 알바를 구해도 모자라 결국 많은 농작물이 땅에서 썩었다. 마을 이장은 “이제는 기계로도 해결 안 되는 일이 많다. 5년 후면 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상황은 장수군뿐 아니라 진안, 순창, 임실 등 전북 대부분 농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역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 인구 유입이 거의 끊겼다. 고령 농민들은 몸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농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영세 농가의 소득은 최저생계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계화와 스마트농업 도입이 더디고, 판로 확보와 유통 구조도 여전히 열악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빈발과 노동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농촌의 지속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시·군은 ‘청년귀농·귀촌’과 ‘스마트농업 육성’, ‘6차 산업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귀농정착 지원금, 농지 임대·매입 지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 로봇·드론·AI 기반 스마트팜 보급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책은 많지만 체감도는 떨어진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지원 사업 대부분이 단기적이고, 영농 기술 교육, 초기 자금 지원, 판로 보장, 주거·교육·의료 등 정착 기반이 부족해 청년들이 농촌에 안착하지 못하고 다시 떠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과감하고 체계적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농촌에서 꿈꾸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 지원금이 아닌, 초기 5년간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청년농업인 소득보전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 스마트농업을 전북 농촌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첨단 온실, 수직농업, AI·빅데이터 기반 정밀농업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지역대학과 연계한 전문 인력 양성을 병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6차 산업화와 K-푸드 전략을 본격 추진해야 한다. 단순 생산에서 가공·유통·체험·관광까지 연결하는 고부가 가치 모델을 만들어 농가 소득을 높여야 한다. 더불어 마을 공동체 회복과 생활 인프라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촌 의료·교육·문화 시설 확충과 귀농 청년 주거단지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전북 농촌의 붕괴는 곧 전북 전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농업은 전북의 정체성이자 미래 먹거리 산업의 기반이다.

전북 농촌을 ‘붕괴 직전’에서 ‘희망의 모델’로 바꾸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와 도, 지자체, 농민, 청년, 기업이 힘을 합쳐 중장기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전북이 진정한 농생명 강도로 거듭나려면, 농촌이 살아나야 한다. 농촌이 살아야 전북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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