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받던 개헌 논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전북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지방분권 강화 논의까지 멈춰서면서 지역사회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개헌 동력을 걷어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내란세력청산·사회대개혁 실현 전북개헌운동본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최근 국회 개헌 논의 무산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단체는 “불법 계엄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와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지방분권 확대 등을 담은 개헌 논의가 정치권 갈등 속에 중단됐다”며 “39년 만의 개헌 열망이 다시 좌절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권한 분산과 국회 권한 조정, 지방분권 강화 등을 포함한 개헌 논의가 이어져 왔다. 특히 광주·전남과 전북을 중심으로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여야가 권력구조 개편 방식과 개헌 시기 등을 놓고 충돌하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여권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야권과 시민사회는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이 좌초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북개헌운동본부는 특히 “국민적 요구를 선거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논의 자체를 무산시켰다”며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가치가 정치 논리 속에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분권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에도 재정·행정 권한 확대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시민사회는 개헌 논의 과정에서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 조항 강화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중 문제와 지방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헌법 차원의 권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이슈가 다시 선거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향후 지방선거 과정에서 개헌과 민주주의 회복 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개헌 논의가 자칫 정쟁 중심으로 흐를 경우 사회적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은 특정 정당이나 진영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국민적 공감대와 장기적 국가 운영 방향 속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지방분권과 민주주의 가치 회복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