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최근 전북도지사 후보 방송 토론회에서 ‘새만금 원전 유치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공약이 등장하면서 전북 사회를 거대한 충격과 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부 후보가 새만금의 전력 공급 대책과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도내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한 선거철 정책 노선의 차이가 아니다. 지난 30여 년간 전북 도민이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새만금의 미래 가치와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중대한 도전이다.
전북의 생존과 도약을 상징하는 새만금에 또다시 핵의 그림자를 드리우겠다는 발상은 글로벌 흐름과 전북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시대착오적이며 위험천만한 퇴행이다. 그 이유는 이 공약이 전북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잔혹사로 기록된 ‘2003년 부안 위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사태’의 잔혹한 트라우마를 소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으로 인해 부안 군민을 비롯한 전북 도민들은 대규모 유혈 충돌과 폭력 사태, 극심한 공동체 분열이라는 무서운 대가를 치러야 했다. 가정이 파탄 나고 이웃 간의 신뢰가 무너졌던 그때의 깊은 사회적 상처와 눈물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도민들의 가슴속에 치유되지 않은 응어리로 남아 있다.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치밀한 사회적 합의 없이 표심만을 노리고 새만금에 원전과 SMR을 들이밀겠다는 발상은 부안 방폐장 사태의 망령을 되살려 전북을 또다시 끝없는 갈등의 늪으로 밀어 넣겠다는 무책임한 처사다. 특히 지금의 새만금은 과거의 지지부진했던 황무지가 아니라, 단일 기업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현대차그룹의 9조 원 대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며 역사적인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청년들이 몰려올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로봇, 미래 수소 모빌리티, 피지컬 AI 클러스터 등 고부가가치 첨단 4차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회다.
더욱이 새만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요구하는 RE100산업단지 조성과 대규모 재생에너지 기반 탄소중립 실증단지의 핵심 기지로서 국제적인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기회의 땅에 안전성이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SMR과 원전을 짓겠다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새만금의 미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글로벌 기후위기 시대에 원전 의존증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그린 전환’을 선도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새만금에 원전을 들여놓겠다는 공약은 청정 전북을 지향하는 지역의 생태적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되며, 국가적인 미래 에너지 대전환의 타임라인과도 어긋난다. 후보들은 도민의 생명권과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벌여서는 안 된다.
전북 도민은 무책임한 선동이나 과거의 깊은 갈등을 재점화하는 구시대적 정치공학이 아닌, 전북의 자존심을 세우고 먹고사는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줄 미래지향적인 혜안을 원하고 있다. 이제 도지사 후보들은 새만금을 명실상부한 재생에너지와 첨단 미래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키워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14개 시·군 주민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그린성장 상생 전략,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전북형 에너지 자립 방안 등 건설적인 대안 중심의 정책 경쟁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대화와 타협, 합리적 상생에 있듯이 이번 지방선거 역시 도민을 분열시키는 공약이 아닌 희망을 주는 정책 선거가 되어야 한다. 억지스럽고 시대착오적인 원전 공약으로 도민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전북의 위대한 도약을 이끌 진짜 대안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