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도로에서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이 망설임 없이 사고 현장으로 뛰어들어 부상자 구조에 나선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칫 무리한 구조가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차량 내부로 직접 들어가 운전자의 상태를 살피며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27일 전주덕진소방서에 따르면 금암119안전센터 소속 이종오 소방교는 지난 26일 오전 9시49분께 전주시 여의동의 한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 렉카 차량과 1톤 트럭이 충돌하는 사고를 목격했다.
충격으로 1톤 트럭이 도로 위에 전도되자 이 소방교는 곧바로 차량을 세우고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당시 그는 근무 중이 아닌 비번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이 소방교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119 신고 여부였다. 인근 주유소 직원에게 이미 신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전도된 트럭 내부를 살폈고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구조가 가능한 동승자부터 꺼냈다. 이 소방교는 전도된 트럭 위로 올라가 주유소 직원과 함께 조수석에 갇혀 있던 동승자를 차량 밖으로 구조했다.
문제는 운전자였다.
운전자는 차량 내부에 몸이 끼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상태였다. 머리와 목, 허리 등에 통증까지 호소하고 있어 섣불리 몸을 움직일 경우 추가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었다.
이 소방교는 운전자를 무리하게 끌어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직접 전도된 차량 내부로 들어갔다.
운전자의 상태를 가까이에서 살피던 중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모습이 나타나자 계속 말을 걸며 의식 상태를 확인했다. 현장 구조 장비 없이 강제로 운전자를 꺼내기보다 전문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살피는 쪽을 택한 것이다.
잠시 뒤 조촌119안전센터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자 이 소방교는 그동안 확인한 운전자의 상태와 사고 현장 상황을 구급대원들에게 인계했다.
이어 완주구조대가 도착해 차량에 갇혀 있던 운전자를 구조했다. 운전자는 조촌119안전센터 구급대에 의해 전북대학교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먼저 구조된 동승자도 삼례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고에서는 현장을 처음 마주한 소방관의 판단과 주변 시민의 도움이 초기 대응으로 이어졌다. 특히 주유소 직원이 신고와 동승자 구조를 함께 도우면서 출동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현장의 공백을 줄일 수 있었다.
이종오 소방교는 “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함께 도와주신 주유소 직원분께 감사드리고 환자분들이 하루빨리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무복도, 구조장비도 없는 비번 날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고를 마주한 순간 현장으로 향한 소방관에게는 ‘근무 중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