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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쌀값 폭락 속 영세 소농 지키는 균형 농정 펼쳐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9.15 12:30 수정 2026.09.15 12:30

수확기를 앞둔 농촌 들녘을 바라보는 농민들 이마 주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산지 쌀값이 한 가마니(80kg)당 17만 원 선까지 폭락했다.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집행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마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가 쌀 공급 과잉을 완화하고 적정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수급조절용 벼’ 재배 농가에 헥타르(ha)당 50만 원의 생산장려금을 지급하고 공공비축미를 추가 배정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혜택의 내막을 뜯어보면 심각한 불평등이 우려된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영세 소농들은 행정적 진입 장벽과 규모의 경제 논리에 밀려 정책의 온기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실정이다.
전북지역 농가 유통망과 지원금 집행 실태를 보면, 현재 집행되는 벼 생산장려금과 공공비축미 배정 혜택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규모 영농조합법인이나 전업농, 그리고 특정 농협과 대량 계약 재배를 맺은 일부 대농(大農) 위주로 심각하게 편중되어 있다. 반면 전북 농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 농민과 영세 소농들은 영농 규모가 작거나 까다로운 계약 조건을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작부터 배제되고 있다. 농가 자산을 유지하고 생계를 잇기 위해 단 1원의 장려금이 아쉬운 영세 농민들이 행정 정보의 사각지대 속에서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부익부 빈익빈’식 농정 지원은 지방 소멸과 농촌 붕괴를 막겠다는 자치 행정의 기본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일이다.
쌀값 폭락이라는 초유의 재난은 대농과 소농을 가리지 않고 농가 전반을 덮쳤지만, 그 충격파는 기초 체력이 약한 영세 소농에게 훨씬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전업농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위기를 버텨낼 여력이 조금이라도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영세 소농들은 지원금마저 끊기면 곧바로 파산과 농업 포기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게 된다. 행정 당국이 ‘전체 감축 면적 달성’이라는 수치적 성과와 실적 홍보에만 눈이 멀어 영세 농가의 생존권을 외면한다면, 이는 현장 민생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탁상행정이자 직무유기다.
지방 자치는 약자를 먼저 품어내고 지역민 모두의 균형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국가예산 10조 원 시대라는 화려한 외형적 성과를 자랑하기에 앞서, 우리 이웃이자 평생을 전북 들녘을 지켜온 영세 농민들이 명절 특수 속에서도 피눈물을 흘리는 불평등의 사각지대부터 촘촘하게 메워야 한다. 따라서 지금 전북자치도와 14개 시·군에 시급한 과제는 일률적인 정량 평가와 실적 위주의 지원 틀을 깨고, 영세 소농들을 두텁게 보호하는 ‘실리 중심의 균형 농정’ 체계를 즉각 가동하는 일이다. 우선 장려금 지급 기준의 영농 규모 하한선을 대폭 낮추거나 제거하여, 소규모 텃밭과 논을 경작하는 영세 농민들도 경작 면적에 비례해 단 10만 원이라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허물어야 한다.
더불어 영세 소농이 재배한 벼를 우선 매입하고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는 ‘소농 보호 특별 쿼터제’를 공공비축미 배정 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고령화와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도록, 농가 간 자산 격차를 완화하는 촘촘한 상생 기금 확충 등 제도적 안전장치가 결합돼야 한다. 농민의 피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는 농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수확기와 추석 명절 대목을 목전에 둔 지금, 들녘에서 한숨 쉬는 영세 농민들의 차가운 바닥 민심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 소외 지역 농가들의 숨통을 틔울 과감한 상생의 처방을 단행할 때, 비로소 전북은 진정한 도민 신뢰를 바탕으로 농도(農道)의 자존심을 지켜내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와 지역 농협의 대결단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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