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사를 끌어모으고 있는 전주에 삼성 계열 자산운용사 3곳이 동시에 둥지를 틀었다. 단순한 지역 사무소 개설을 넘어 전통자산과 액티브 투자, 부동산 등 서로 다른 운용 분야가 한꺼번에 전주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전북이 추진해 온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 구상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은 12일 전주혁신도시 국민연금공단 인근에 전주사무소를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번 진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개사 동시 입주’다. 삼성자산운용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을 폭넓게 다루고,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종목과 자산을 선택하는 액티브 운용에 강점을 두고 있다. 삼성SRA자산운용은 부동산 등 대체투자 분야를 주력으로 한다.
결국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주변에 전통자산과 액티브, 부동산 투자까지 서로 다른 투자영역을 다루는 삼성 금융계열의 운용 거점이 한 번에 들어선 셈이다. 전주가 단순히 국민연금 본사가 위치한 도시를 넘어 실제 운용사들이 상주하며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 현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삼성 계열 3사는 앞으로 국민연금과의 실무 협력과 현장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혁신도시에 자리 잡은 이후 전북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금융 생태계 조성 전략 역시 ‘공공기관 이전’에서 ‘민간 금융사 집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전북 금융도시의 가장 큰 자산은 국민연금이라는 거대 기관투자가다. 세계적인 연기금과 거래하거나 위탁운용을 원하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기금운용본부와의 물리적 거리를 줄이고 실무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운용사들이 전주에 별도 사무소를 두기 시작하면서 혁신도시 일대가 점차 자산운용 산업의 접점으로 변하고 있다.
삼성 계열 운용사들의 진출은 이런 흐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동안 전북 금융도시 전략은 국민연금 이전 이후 관련 금융기관이 얼마나 실제로 전주에 모이느냐가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국내 대표 자산운용사와 전문 계열사들이 동시에 전주에 거점을 마련하면서 민간 금융기관 집적의 상징성도 커졌다.
전북이 추진 중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도 맞물린다. 전북은 서울의 종합금융, 부산의 해양·파생금융과 차별화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한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민간 운용사의 전주 진출이 계속될수록 이 같은 구상에 필요한 산업적 기반도 두터워질 수 있다.
다만 금융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무소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에 상주하는 운용 인력과 실제 수행 업무를 확대하고 금융 전문인력 양성, 관련 기업 유치, 투자정보와 법률·회계 서비스 등 금융산업을 뒷받침할 생태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자산운용사 사무소가 국민연금 대응을 위한 최소 인력 거점에 머물지 않고 투자 의사결정과 리서치, 대체투자 등 핵심 기능으로 확대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전북 금융도시의 질적 성장을 가를 대목이다.
금융기관 유치가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역 대학과의 금융인재 양성, 지역 내 금융 전문직 일자리 창출, 핀테크·자산운용 지원산업 육성 등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북도 역시 삼성 계열 자산운용사 3곳의 동시 진출을 계기로 입주 금융기관의 정착을 지원하고 국민연금과 민간 금융기관 간 협력 기반을 넓혀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조지훈 전주시장, 유희숙 전북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을 비롯해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하지원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이사, 김정근 삼성SRA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삼성 계열 운용사 3곳의 전주 입주는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금융기관이 모이는 흐름이 실제 민간 자산운용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전북이 이를 단순한 사무소 유치 성과에 그치지 않고 금융 전문인력과 투자, 관련 산업까지 연결할 수 있을지가 자산운용 특화 금융도시의 다음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