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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사설-세밑 한파, 기부의 온기로 녹여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4.12.02 15:57 수정 2024.12.02 03:57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이 열렸다. 시종식을 시작으로 자선냄비 거리 모금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올해 주제는 ‘세상을 밝히는 빛’이다.
이 주제는 ‘우리는 모두 사랑의 빚을 품고 있다. 작은 빚 하나하나가 나눔으로 불을 밝힐 때 실빛은 거대한 빛결이 되어 어두었던 이웃들의 삶을 밝힌다.
나눔으로 당신 안에 있는 그 사랑의 빛을 전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연말을 맞아 소외계층 지원을 독려하는 ‘희망 2025 나눔 캠페인’을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사랑의 온도탑 모금 목표액을 지난해와 같은 116억 1,000만 원으로 설정했다.
캠페인은 내년 1월 31일까지 사랑의 열매 누리집 또는 주민센터 등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모금 목표액의 1%마다 전주 오거리 문화 광장에 설치된 온도계에 1도씩 반영된다.
지난해의 경우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채우지 못했다.
최종 모금액은 104억3.000만 원으로 나눔온도 89.8%에 머물렀다.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26년 만이다. 성금은 올 한 해 동안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과 기관으로 지원됐다.
경제가 너무도 어렵다. 시민들의 지갑은 굳게 닫혔다. 시민 삶의 최접점에 있는 중소상공인들도 어려운 겨울을 보낼 정도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의 늪에 빠져 경제가 위축되면서 시민의 삶이 팍팍해졌다. 나눔이라는 아름다움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만큼 팍팍해진 삶 속에서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펄펄 끓었던 사랑의 온도탑은 끓는점을 잃어버렸다.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방증해 준다.
전북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시도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모금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연말 성금을 통해 도움을 받았던 어려운 이웃이나 사회복지시설·기관은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위기의 여파는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 됐다.
총체적인 난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경제위기가 도미노처럼 서민의 삶을 조이고, 내수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중소상공인들은 임대료도 충당하지 못해 문을 닫고 상가의 공실률은 높아지고 있다. 시민들의 위기의식은 높아져만 가고, 결국 그들을 지갑은 닫히는 상황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지역 공동체의 가치와 의미로 도움을 받던 어려운 이웃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결국 차가운 엄동설한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국가 부도 위기 상황에서도 금모이기를 비롯한 세계가 놀랄 국민성을 보여줬던 IMF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으면 한다. 당장은 힘들지라도 일단 나라는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두가 잠겼던 크고 작은 금고를 열었던 마음을 또다시 열었으면 한다.
물론 시민의 나눔만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시군, 그리고 공공기관, 기업 역시 지역사회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추운 겨울은 잠깐이다. 다시 따스한 봄이 우리 곁으로 찾아올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듯 푸른 물결이 일렁이며, 열매를 재촉하는 꽃들로 만발할 날이 다시 다가온다.
그날은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빨리 오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시민의 마음과 마음이 이어졌을 때 가능한 일이다. 다른 해보다 얼굴 없는 천사가 빨리 다녀가기를 바라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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