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나무 - 유인봉
허리마저 뒤틀린 당산나무가
산그림자 들이더니 온몸에 산을 새기고 있다
나무는 죽어서야 산이 된다는데
숲은 생의 고통을 비틀어
빳빳한 등뼈 세우고
잘려 나간 팔은 상처를 보듬고 죽은 낙타의
봉분을 짓고 있다
뻥 뚫린 가슴을 바람길로 내어 준다
속살 비워 낸 내장 깊숙이
간간이 햇살 한 줌 노닐다 가고
별똥별이
어둠 속 빗금을 그으며 뛰어들기도 했다
가슴팍 열어 길손 다람쥐에게도
빈방 하나 내주었다
평생 거친 등을 쪼아대던 딱따구리
염치도 없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해거름마다 산그림자 제 몸에 들여
스스로 산이 되어가는 늙은 몸
생의 남은 한 방울마저 이끼에게 내어주고 있다
저 비워 낸 자리 저 아닌 것들을 들이고
나무는 스스로
산이 되어가는 중이다
<약력>
제2회 장수문학상 ‘벽에 꽃이 피다’ 시 당선
온글문학회
장수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시집
<바람 부는 들판에서 >
<벼랑 끝에 사는 새는 울지 않는다>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수필집
<지나온 길에 편지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