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나눔도 얼었다. 전북지역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꽁꽁 얼어붙었다. 경기 악화와 정국 불안, 제주항공 참사 등의 각종 악재로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채우지 못했다.
2년 연속 목표 모금액 달성에 실패한 것이다. 당초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다.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된 ‘희망 2025 나눔캠페인’의 최종 모금액이 100억 7900만 원으로 나눔 온도는 86.8도를 기록했다.
개인 기부금은 58억 2,000만 원, 법인 기부금의 경우 42억 5,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모금목표액인 116억 1,000만 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진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목표액 달성에 실패했던 지난해 89.8도보다 3도가량 낮았다.
그 이유를 장기화된 경기침체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경기 악화는 물론 불안한 정국 상황과 제주항공 참사 등 사회적 위기감이 커지면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해석된다.
17개 광역 시·도 중 11위를 기록했고, 나눔 온도는 경기 북부 83.4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낮게 기록했다. 그나마 사회적 위기감 속에서도 변함없이 꾸준한 기부에 참여한 도민 덕분에 따뜻한 온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서민의 삶이 팍팍해진 것은 극명하게 드러난 결과다.
혹여 나눔이라는 미덕이 빛을 잃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코로나 19가 창궐했던 당시에도 펄펄 끓었던 사랑의 온도탑이 여러 악재가 맞물리면서 온기만 유지하는 데 그친 것이다. 서글픈 일이다. 한명규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은 “기업,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시기 속 100억 7900만 원을 모금할 수 있도록 기부에 동참해주신 도민분들께 감사드린다”며 “도민들께서 보내주신 성금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큰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도록 소중히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모금액은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등으로 사용된다. 그간 성금으로 도움을 받았던 이웃과 시설·기관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씁쓸하다. 사회적 위기감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더한 불안감을 주고 있다.
2개월이라는 기간 운영된 사랑의 온도탑은 올 12월 연말에 다시 온도 올리기에 나선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나눔은 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나눔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다시 일어설 용기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 용기로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덜 채워진 온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일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다하더라도 과거 국가부도 위기 상황에서 금모으기 등을 통해 세계가 놀랐던 국민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곧 겨울은 곧 지나간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푸르른 들판을 바라보며 한 해의 희망을 더 키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경험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한두 번이면 족하다. 더 이상 나눔에는 겨울이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꼭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