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수
시인
길거리에서 점잖게 생긴 중년이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며 삿대질을 하자, 앞에선 남자가 “싸가지 좋아하시네!”라며 맞받아친다.
‘싸가지?”
이 말은 상대방에게 예의나 배려가 없다는 뜻으로, 비하하거나 욕의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그 사람은 싸가지가 없어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와 같은 경우다. 싸가지라는 말은 전라도(소갈머리의 방언)와 강원도의 방언인 '싹수’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옛날 사투리 표기를 따르면 ‘싸가지’는‘싹아지’로도 쓴다. 이 경우의‘싹아지’는 논밭에 씨앗을 뿌려 싹이 나올 때 떡잎의 행태를 벗지 못했을 무렵, 싹이 파랗고 튼튼하고 싱싱하게 보이면 앞으로 잘 성장할 것이라고‘싹수가 보인다’, 그렇지 못하고 노랗거나 검고 칙칙한 색을 띠며 부실하게 보이면‘싹수가 노랗다’며, 기대보다는 실망의 뜻이 크다.
여기서 '싹수’는 싹이 날 가능성이나 재능을 뜻하는 말이다.‘싹수가 없다’는 것은 잘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싸가지’는 '싹+아지’다. '~아지’는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사로, 강아지, 송아지, 망아지와 같은 말에 쓴다. 따라서‘싸가지’는 작은 싹을 뜻하며,‘싸가지가 없다’는 싹이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싸가지’라는 말이 비하하거나 욕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나 설명은 없다. 다만 예의나 배려가 없는 사람에게 쓰는 말임은 분명하다. 이는 유교의 인간의 5대 덕목인 5상五常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싸가지 없다’의 예로는 어떤 물건을 허락 없이 빌려 쓰고 미안하다 또는 고맙다는 인사가 없거나, 마치 자기 것처럼 소유하거나 심지어 잃어버리는 무개념의 극치를 들 수 있다.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거나 피해를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감사 또는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다. 그 외도 온갖 헛소리를 하면서 본인이 제일 우월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싸가지 없는 것이다.
‘싸가지’에는‘개싸가지와 왕싸가지’가 있다. 이 용어들은 주로 사회적 상황에서 예의와 존중을 갖추지 않는 사람들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개싸가지는‘개같이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자기중심적 행동을 하며, 사회적 규범과 예절을 완전히 무시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하거나, 자기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개싸가지라고 할 수 있다.‘왕싸가지’는 왕같이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는 상대방에게 무례하고 거만한 태도를 보이며,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묘사한다. 또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견만을 강요하며, 사회적 규범과 예절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하거나, 사회적 규칙을 무시하며 자기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왕싸가지다.
‘개싸가지와 왕싸가지’를 통해서 예의와 배려와 존중을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예의와 배려와 존중이야말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와 존중을 갖추면, 상호 간의 신뢰와 이해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조화와 협력을 이룰 수 있다. 또한, 자기 성장과 인격 형성에도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개싸가지와 왕싸가지’는 사회적 조화를 훼손시키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예의와 배려와 존중을 갖추는 것은 상호 간의 신뢰와 이해를 높이는데 중요한 덕목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은 대단히 좋다. 이는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의 감정을 이해하며, 상호 간의 대화를 존중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의 바른 태도는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는 기본적 요소다. 인사를 잘하고, 감사의 표현과 공손한 말투 등은 상대와 긍정적인 관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통제와 감정 조절은 인간관계 정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짜증과 분노와 혐오로 감정 조절이 안 되어 상대에게 표출하는 것은 삶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기 통제와 감정 조절을 통해 상호 간의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자세야말로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책임감을 가진 언행으로 자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기본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고, 실수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하는 것은 신뢰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자기 계발과 학습은 지식과 역량을 향상시켜 대화와 협력을 가능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배움으로써 서로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에도 항상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을 따르면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싸가지가 없다’는 희망과 가망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불친절한 말과 행동이 적대적이고, 예의나 배려가 없다는 것으로, 비속어가 아닌 데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싸가지 있다’라고 하면 의미상으로는 칭찬의 말이지만, 듣기에는 왠지 거북하다. 그것은 싸가지가 없는 줄 알았는데.‘싸가지가 있다’라고 들리기 때문이다.‘싸가지 있다’라는 말보다는‘예의 바르다’라고 말하면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훨씬 좋을 것이다.